1979년 이란서 축출된 팔레비의 막내아들 美서 권총자살10년전엔 아끼던 딸 레일라 약물과용으로 英호텔서 숨져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된 이란 팔레비 왕가의 막내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란의 마지막 국왕 무함마드 레자 팔레비의 다섯 자녀 중 막내인 알리 레자 팔레비(45)가 4일 새벽 미국 보스턴 자신의 집에서 권총 자살해 숨진 채 발견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권총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지역 검찰청은 “살인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의 형 레자 팔레비는 4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동생의 자살 소식을 전하며 “(동생은) 몇 년간이나 (슬픔과) 싸웠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고 애통해했다. 그는 “다시 한번 우리는 이란의 이 어두운 시대에 희생된 많은 이들의 부모, 가족과 만나게 됐다”고 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전 독재자의 아들이 자살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알리 레자는 1984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1992년 컬럼비아대에서 이란 고대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이란 고대사 및 언어학으로 다시 석사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버드대 측은 “현재 다니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생전에 그와 가까웠던 한 인사는 “알리 레자가 2001년 누나 레일라를 잃은 뒤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며 “그때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술회했다. 팔레비 전 국왕이 제일 아꼈던 딸 레일라 역시 2001년 당시 우울증 끝에 마약 및 약물과용으로 런던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팔레비 왕가의 비극은 이란의 혁명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으로 1979년 권좌에서 축출돼 해외를 떠돌면서 시작됐다. 팔레비 전 국왕은 이듬해인 1980년 이집트에서 암으로 생을 달리했다. 두 번째 왕비인 소라야 에스탄디아리도 같은 해 69세의 나이로 파리의 한 주택에서 숨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