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민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얼마나 한심하고 불행한 나라의 국민인가”라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 최고위원뿐이 아니었다. 민주당의 이날 회의는 마치 ‘여권 규탄 총집결판’과 같았다. 손학규 대표는 “권위주의, 차별과 특권, 탐욕의 사회, 평화체제에 대한 완강한 저항이 이명박 정권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내년에 청와대와 여당은 싸울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박지원 원내대표), “이명박 정권의 급격한 레임덕이 시작될 것”(정세균 최고위원), “대한민국이 실세들의 나라로 추락했다”(이인영 최고위원) 등 시종 ‘정부여당 때리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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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여권을 향해 비난을 퍼부으며 해를 넘겨 장외투쟁 2라운드를 벌일 것임을 예고하고, 여당은 국정은 자신들이 알아서 챙기겠다며 야당을 무시하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낸 것이다. 여든 야든 “내년엔 잘해보자”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상대에 대한 적의(敵意)만 내비친 여야의 한 해 마무리는 국민에게 새해에도 정치권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게 난망함을 보여준다.
예산안 단독처리 후유증으로 질책을 받는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또다시 장외로 나가 싸울 채비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나 모두 “이제 지쳤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국민이야말로 정말 지쳤다.
이날 양당 대변인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가가겠다”고,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새해엔 희망과 행복을 안겨드릴 수 있는 그런 논평을…”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송년 논평이 제발 말뿐이 아니길 빈다.
류원식 정치부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