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우승 전력이 아니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2009년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2010년 한국시리즈 전패를 맛보면서도 삼성팬들은 크게 낙심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님이 늘 언급했듯, 우리 팀은 아직 ‘리빌딩’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매년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과도한 프리에이전트(FA) 선수 영입으로 삼성의 색을 잃어 간다는 비판 속에서 선 감독님은 자체 선수 육성을 통한 팀의 리빌딩을 진행했고, ‘지키는 야구’, ‘뛰는 야구’ 등 삼성만의 새로운 팀컬러를 입혀 갔다. 2010년에는 에이스, 중심타선, 마무리 투수의 부상 공백에도 탄탄한 선수층으로 준우승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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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감독님 사퇴에 대한 의견과 억측이 분분한 가운데, 팬들은 속사정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마음의 준비 없이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것 같은 허탈함이 더 크다. 떠나간 연인과의 추억을 그리듯 선 감독님이 만들어주었던 수많은 즐거운 경기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고, 두 번의 우승과 준우승, 그 때 그 순간의 환희를 다시 꺼내보며 하루를 보냈다. 다시 한 번 선 감독님의 지난 6년간의 노고에 팬의 한 명으로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류중일 신임 감독님에 대한 반가움이 있다. 야구를 처음 제대로 이해하고 보기 시작한 것이 20년 전 일이니, 그는 내 기억 속 최초의 1번타자이자 최초의 유격수가 아닌가. 아마 같은 마음으로 삼성 프랜차이즈스타 출신 감독을 반기는 삼성 팬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 감독님이 다져 놓은 탄탄한 마운드에 삼성 특유의 화끈한 공격력을 강화해 끈끈하고 화끈한 류 감독님만의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그림에 대한 기대감은 벌써 4월을 기다리게 한다. 우리의 우승에 대한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김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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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