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추가 유죄선고에 맹비난… “푸틴 대선 장애물 제거” 분석
러시아 최고 부호 출신의 ‘정치범’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씨에 대한 러시아 법원의 이례적인 두 번째 유죄 선고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러시아가 발끈하고 나서 외교 갈등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소유주였던 호도르콥스키 씨는 2003년 사기와 탈세 혐의로 체포돼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내년에 풀려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그와 측근 플라톤 레베데프 씨가 1998∼2003년 2억1800만 t의 석유를 빼돌려 235억 달러를 횡령했다며 기소했고 이에 대한 재판이 지난해 또 시작된 끝에 27일 유죄판결이 내려진 것.
국제사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 시절 정경유착을 비판하고 야당에 정치자금을 대는 바람에 괘씸죄로 감옥에 가고 회사까지 빼앗긴 호도르콥스키 씨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푸틴 총리 세력에 정치보복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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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교부는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는 사법적 환경에서 어떤 투자가들이 러시아 비즈니스에 신뢰를 가지겠느냐. 이번 판결은 무역 관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교장관은 “재판 과정이 매우 의심스럽고 러시아 현대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러시아 현대화에 법치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교부는 “미국과 일부 유럽연합국이 러시아 사법제도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선별기소라는 지적은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호도르콥스키 씨의 변호인단은 “독립적이지 못한 재판부의 불공정한 판결은 국가적 수치”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푸틴 총리는 최근 “도둑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250쪽을 모두 낭독한 뒤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어서 최종 판결은 이르면 수일 뒤, 늦으면 성탄절 휴가가 끝나는 내년 1월 10일경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은 10월 호도르콥스키 씨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유럽 언론은 호도르콥스키 씨는 이미 푸틴 총리의 정적으로 부상했으며 야권의 지지를 받는 그가 내년에 석방될 경우 푸틴 총리의 대선 가도에 장애물이 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이번 판결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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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