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은 20일 포사격 훈련을 하면서 6·25전쟁 이후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 국민도 만약의 사태를 걱정하며 TV나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기상 상태가 좋아진 오후 2시 30분 사격이 시작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나라 안의 온 신경이 연평도에 쏠려 있는 듯했다. 1시간 34분 후인 오후 4시 4분 사격을 끝낸 뒤에도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북한 방송이 전해지면서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다음 날 또 한 번 임진강변 애기봉의 성탄 트리 점등을 놓고 긴장해야 했다.
▷북한이 포사격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꼬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방북 후 돌아온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이 ‘대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리할 때 한 발 뺐다가 우리가 방심할 때를 노리는 것이 저들의 상투적 전술이다. 김 장관과 군은 앞으로 몇 차례나 더 호된 시험을 당해야 할지 모른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북은 분명히 재도발할 것이다. 우리 군이 더욱 굳게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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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