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자 “스르륵”… 언덕길도 가뿐
21일 서울 남산 순환버스노선에서 운행을 시작한 대형전기버스가 승객을 태운채 남산 순환로를 내려오고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이 버스는 매연과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 버스에는 배기관이 없다. 휘발유나 경유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기 질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남산 순환버스 ‘02’ ‘03’ ‘05’번 노선에 친환경 대형 전기버스를 모두 5대 투입했다. 대형 전기버스가 상용 운행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 이산화탄소 배출 ‘0’
기자는 이날 남산공원 팔각정 휴게소에서 열린 운행 개통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시청 서소문별관∼남산순환로∼팔각정∼명동역에 이르는 구간에서 전기버스를 탔다. 운전사가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버스는 출력 바늘이 30%를 조금 넘는 지점을 가리킬 뿐인데도 남산의 가파른 언덕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다.
다시 감속페달을 밟자 전력 게이지의 바늘은 에코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리제너레이션 쪽으로 옮겨갔다. 감속하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버스는 내리막길에서도 제동 시 발생되는 에너지를 모아놨다가 재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부착했다. 남산 전기버스는 최고시속 100km로 1회 충전해 최장 83km가량을 운행할 수 있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일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전기 모터 소리는 오르막 가속 시에는 기대만큼 작지 않았지만 감속 시나 평지 주행 시에는 일반 버스보다 작게 느껴졌다. 남산 전기버스의 첫 유료 손님은 남산도서관 앞에서 버스를 탄 권혜영 씨(20·여). 도서관에서 볼일을 마치고 명동역에서 내린 권 씨는 “전기차는 처음 타보는데 일반 버스보다 소음이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 “2014년 남산은 전기차 외 출입금지”
서울시는 2020년까지 전기차 12만 대 보급을 골자로 하는 ‘서울 그린카 스마트 시티’ 조성 계획을 세웠다. 시는 2014년까지 총 377대의 전기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남산에는 내년 3월까지 차량용 충전기를 2개에서 4개로 늘린다. 면목동 차고지에도 충전기 3개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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