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구나”→“빨리 피신”→“드디어…”→“휴∼ 집으로”
연평도 해병부대의 해상 포사격훈련이 이날 오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연평도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에 앞서 오전 연평도에는 1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짙은 안개가 끼어 “오늘 사격훈련이 어려울 것 같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군은 오전 7시 20분경 인천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에 ‘어선 조업 불가’를 통보하면서 사격훈련을 위한 사전준비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어 면사무소는 오전 8시 7분 “곧 사격훈련이 있을 예정이니 대피를 준비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 긴장한 주민들 아침 일찍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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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 KT 송전탑 옆 대피소에는 39명이 몸을 피했다. 강신옥 씨(82)는 “포를 또 쏜다고 하니 겁이 나서 일찍 피신했다”며 “(대피소가) 춥고 어두침침해 불편하지만 훈련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급히 대피하면서 미처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대피소의 낮은 기온에 몸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연평도에 짙게 깔린 안개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격훈련은 계속 연기됐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연평 12곳의 대피소를 돌며 “기상 상황으로 훈련 시작 시간이 늦춰지고 있으나 오늘 반드시 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관들과 면사무소 직원들은 사격훈련이 오후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상상황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대피소에 난로를 추가로 설치하고, 음식물 반입을 늘렸다. 송전탑 앞 대피소에 피신한 주민들은 미리 싸온 과일과 즉석밥, 구호식품 등을 나눠 먹으며 ‘폭풍 전야’의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애쓰는 분위기였다.
○ 사격훈련 돌입에 대피소는 ‘침묵 모드’
훈련 전 긴급대피 20일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이 실시되기 전 연평면 동부리 대피호로 미리 피신한 주민들이 군 통제관으로부터 방독면 사용 요령을 배우고 있다. 이날 훈련은 오후 2시 반에 시작해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주민들은 오후 6시 반경 대피호에서 나와 귀가했다. 연평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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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끝나고도 2시간 넘게 ‘대기’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자주포 소리가 오후 3시 반경부터 요란한 벌컨포 소리로 바뀌었다. 이후 연평도 하늘에 포성이 멈춘 시간은 34분이 더 지난 오후 4시 4분이었다. 주민들은 군을 통해 “사격훈련이 완전히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군은 훈련이 종료된 뒤에도 주민 대피령을 계속 유지했다. 현장에 파견된 합참 관계자는 대피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북한의 도발 징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금만 더 참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해가 완전히 진 오후 6시 30분 주민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대피소의 육중한 철문은 다시 열렸다. 대피소 경계임무를 서던 해병대원들은 “혹시라도 비상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즉각 대피소로 다시 피신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긴장과 추위에 몸을 웅크렸던 주민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느린 발걸음을 옮겼다. 지친 표정의 이유성 씨(83)는 “이런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연평도가 다시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힘겹게 말했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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