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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양두하]곰이 미련하다고?

입력 | 2010-12-16 03:00:00


최초의 원시 생물로부터 현생 생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種)은 진화와 멸종을 반복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인한 대륙 이동과 화산 폭발, 빙하기와 같은 자연재해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생물 종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5000만 년 전, 대형 파충류인 공룡이 멸망하고 공룡이 없어진 생태적 지위에 포유류가 들어가 환경에 적응하여 영역을 넓혔다. 인간은 900만 년 전 시작된 유인원 진화의 물결에서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와 갈라졌다. 현생인류의 직접적 선조가 출현한 시기는 2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간이 지상에서 안전하고 우세한 분류군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다른 동물보다 높은 지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응과 환경적 변화를 통해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곰을 미련함과 우직함의 대명사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곰의 지능은 야생동물 중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커스단에서 공, 롤러스케이트, 자전거, 놀이기구, 악기로 공연할 때 곰은 호랑이나 사자와는 달리 채찍 없이 막대기 하나로 조련이 가능한 동물이다. 곰의 지능은 원숭이나 침팬지와 비슷하다.

스칸디나비아에는 “사람 10명의 힘과 12명의 영리함을 가졌다”라는 속담이 있다. 북미 원주민은 곰으로부터 그들이 분화했고 또한 생존을 위한 지식을 얻었다고 믿었다. 에스키모 조상도 북극곰으로부터 북극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배웠다고 한다.

곰의 뇌는 몸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장기적인 기억력이 탁월하고 간단한 개념을 이해하며 사람보다 여행 능력이 뛰어나다. 또 한 번의 경험으로 음식물의 위치, 위험요소, 포획도구, 총소리를 배우고 기억한다. 문의 손잡이를 열고 병뚜껑을 열며 사람의 유니폼과 각각의 차량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곰은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지식을 축적하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환경 적응력이 매우 높은 동물이다.

사람의 추적을 피해 흔적을 교란하고 일직선으로 가지 않고 동면굴에 들어갈 때에도 머리를 입구 쪽으로 향하게 하여 경계태세를 갖춘다. 미네소타 북부지역의 곰은 첫눈이 올 때까지 굴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 눈이 와야 자신의 흔적을 덮어 안전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곰만 이런 능력을 갖춘 건 아니다. 국내에 있는 곰도 굳어 있는 땅이나 방해물이 적은 길을 골라 다닌다. 어떤 곳에서는 크게 도약하여 기술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감추고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것 같은 덤불을 자유롭고 조용하게 지나간다. 한 번 생포틀에 포획된 경험이 있는 곰은 학습효과가 있어 갈수록 포획이 어렵다.

또한 곰은 주로 살아있는 산죽(조릿대)을 엮어 집을 만드는데 이때 산죽이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를 잘라 산죽 사이에 끼우거나 무거운 돌멩이를 얹어 놓는다. 지리산에 방사한 곰이 지능지수가 높은 동물로 알려진 침팬지나 오랑우탄처럼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이용해 잠자리를 만드는 사실을 현장에서 목격하면서 곰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미련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았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면서 곰을 억지로 쫓으면 더욱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포획이 어려우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완벽한 상태를 만들어 안전하게 포획해야 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았다. 자연이라는 큰 울타리 속의 모든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소중하다. 길 잃고 도심에 들어온 멧돼지를 맹수로 여겨 사살하고, 삶터를 빼앗긴 야생동물의 마지막 생존의 몸짓마저 거부하는 사회적 편견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다른 생명체의 생존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미련할 수 있다.

양두하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