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씨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소극장서 장기 공연
연주를 시작하면서 신중현은 눈을 감았다. 기타 줄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듯 튕기던 그의 손이 이윽고 자유롭게 기타 위를 오가기 시작했다. 음악이 빨라지거나 절정으로 치달을 땐 굳게 다문 입술을 더욱 앙다물었고 어깨도 들썩였다. 한 곡 한 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그는 확인하듯 기타를 힘주어 잡았고 얼굴에는 흐뭇한 듯 미소가 번졌다.
첫 곡 ‘아리랑’에 이어 ‘빗속의 여인’ 연주를 끝낸 그가 기타를 들어 보였다. “전 세계에서 저까지 6명만 받은 기타입니다. 이 기타로 더 많은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은퇴도 무르고 다시 무대에 섰습니다.” 한층 큰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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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이어지는 중간 중간 신중현은 관객들에게 노래를 소개하거나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연주하기 전에는 “미8군 공연을 그만두면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곡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김삿갓의 시에 곡을 붙인 ‘돈’을 연주할 때는 “이름도 얼굴도 세상에 감추고 권력과 동떨어진 시인 김삿갓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두 사랑하네∼ 나도 사랑하네” ‘미인’을 부를 땐 관객들도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소극장 전체를 울리는 비트와 눈앞 가까이에서 선보이는 거장의 연주에 분위기가 잔뜩 달아올랐다. 그는 1시간 반 동안 총 16곡의 곡을 불렀다. 마지막 곡 ‘아름다운 강산’이 끝나자 관객들은 함성을 질렀고 기립박수도 이어졌다. 그도 활짝 웃으며 양손의 엄지를 세웠다.
12일 서울 대학로 가든씨어터에서 헌정받은 펜더 기타로 연주하는 신중현. 한 달간 장기공연을 여는 그는 “젊은층에게 내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객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소극장으로 왔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사진 제공 메인기획
카키색 군복형 잠바에 같은 색 모자를 눌러쓴 록의 거장은 식당에 들어선 뒤 무너지듯 의자에 기댔다. 첫 이틀 공연 이후 ‘좀 더 음향이 받쳐줘야 할 것 같아서’ 경기 용인에 있는 작업실에서 아침 일찍 직접 대형 스피커 두 개와 앰프를 싣고 와 오후 내내 음향 조정하느라 몸이 지쳐 있다고 했다. “그래도 (건강에) 문제없어요. 음악이 인생 그 자체인데…. 한 달이 아니라 몇 달이라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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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펜더 기타로 연주한 지도 곧 1년이 된다. 그는 “내가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나오는 ‘주는 대로 받는’ 기타”라고 극찬했다. “진짜 좋은 악기는 누가 연주해도 좋은 소리가 나는 악기가 아니라 잘 연주하면 좋은 소리가 나고, 연주 실력이 떨어지면 소리가 안 나와야 해요.”
이 솔직한 악기에 그는 자신의 은퇴 여부까지 맡겨두었다. “걔(기타)가 그만두라고 할 때, 그때 그만둬야죠. 연주할 수가 없을 때…. 그런데 아직 그런 소리를 안 하더라고.(웃음)” 02-764-4444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