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포탄 떨어져 아내 피란 보내고 연평우체국 지키는 정창권 국장
북한군의 포격에 집이 다 부서지고 추가도발마저 우려되는 상황에도 연평우체국 정창권 국장은 섬을 떠나지 않았다. 옥상을 뚫고 집 안으로 들어온 포탄이 폭발해 집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섬과 육지의 소식을 잇는 일만큼은 그만둘 수가 없다. 연평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집은 처참하게 부서졌다. 포탄이 침실 쪽 천장을 뚫고 들어와 폭발하면서 유리창 쪽 벽에 큰 구멍을 냈다. 거실에 있던 아내가 다치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아내는 침착하게 불을 끄고 있었다고 한다. 6일 만난 정 국장은 “파편이 돼 사방으로 흩어졌어야 할 포탄 껍데기 부분이 몇 갈래로 찢어지면서 아내가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포탄이 떨어진 현장을 치우지 않고 보존하고 있었다.
아내는 당시 충격으로 귀의 통증과 두통을 호소했다.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정 국장은 아내를 인천으로 피란 보냈다. 하지만 자신은 연평도를 떠나지 않았다. “우체국 문을 마냥 닫을 수도 없었지만, 그때 도망쳐 나갔다면 평생 불타는 마을만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았죠.” 북한의 추가도발 개연성으로 아직은 긴장되고 어수선하지만 몇몇 주민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도 했다.
인천 찜질방에도 직원을 파견하고 우편 수발 업무를 계속 하고 있는 정 국장은 최근 마을 복구와 보상 문제를 놓고 주민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의 처지가 다르니 보상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를 수밖에 없겠죠.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도 주민들끼리 서먹하게 지내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 국장은 “마을이 빨리 복구돼 주민들이 예전처럼 웃으면서 인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