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 위해 ‘인수후 매각’ 협상은 결렬… 1조2000억 대출금 추가자료… 채권단, 오늘까지 제출 요구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독일 M+W그룹의 모기업인 오스트리아 슈툼프그룹은 8월 31일 M+W가 현대건설 인수에 1조 원을 투자하는 대신 현대건설 인수 후 슈툼프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 경영권을 가져가는 내용의 계약내용협의서(Term Sheet)를 교환했다. 협의서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게오르크 슈툼프 슈툼프그룹 회장의 자필 서명이 담겨 있다.
슈툼프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72.5%를 가져가며 그 대신 매각시점에 이 지분 가치와 슈툼프그룹의 투자액인 1조 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 이를 조정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현대그룹이 이처럼 현대엔지니어링 경영권을 담보로 투자유치를 검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빌린 1조2000억 원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출 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나티시스은행 대출확인서가 의혹 해소에 불충분하다고 보고 7일 낮 12시까지 추가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현대그룹이 7일까지 만족할 만한 자료를 내지 않을 경우 채권단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14일까지 추가 소명을 요청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이 2차 자료 제출 시한까지도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하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계획이다. 이 경우 현대그룹은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현대건설 인수전이 법정공방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