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4)은 삼성 시절인 2003년 56개의 홈런을 쳐 아시아 최고 기록을 달성한 뒤 12월 11일 일본 롯데 입단을 발표했다. 이왕이면 명문 요미우리가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그는 “요미우리보다 출장 기회가 많은 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2년을 뛴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의 70번째 4번 타자로 화려하게 도쿄돔에 입성했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4년간 총액 30억 엔의 매머드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2007년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하향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교체 선수로 56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국내 복귀설도 있었지만 이승엽은 일본에 남기로 했다. 2004시즌이 끝난 뒤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긴테쓰 버펄로스가 합병해 탄생한 오릭스 버펄로스가 새 둥지다. 2007, 2009년 퍼시픽리그 최하위였고 올해도 5위에 그친 약체다. 성적도 그렇지만 요미우리와는 인기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긴 격이다.
7년 전 이맘때 이승엽은 펑펑 울었다. 삼성에 남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메이저리그가 아닌 일본행을 택하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당시 이승엽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다 내 책임”이라는 말을 남겼다.
루스의 마지막 그라운드는 초라했다. 이승엽은 다르다. 아직 젊다. 일본에서 벤치를 지키다 돌아오기에는 ‘국민 타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법하다. 오릭스는 이승엽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부활 가능성은 충분하다. 7년 전 눈물을 흘리며 “일본에서 웃는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던 그의 다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