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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SCHOOL DIARY]외고-자율고 합격생은 요즘 ‘잠못 이루는 겨울’

입력 | 2010-12-07 03:00:00

반편성대비 새벽까지 책과 씨름… 고3 뺨치게 ‘독한 공부’




최근 경기의 한 자율형사립고 인문사회계열에 최종 합격한 박모 양(15). 합격의 기쁨을 뒤로 한 채 그는 휴대전화를 부숴버렸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어서다. 몇 개월만 ‘일시정지’시킬까 생각도 했지만 마음이 약해질까 봐 폴더형 휴대전화를 반대로 접어 두 동강 냈다.

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내년 3월 고교 입학 전까지 고교 수학 3년 과정을 모두 정복하겠다는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수학 10-가, 나 교과서를 복습하며 미분, 적분까지 마치겠다는 것. 수학 문제집 8권을 사서 풀고 있는 박 양은 매일 오전 2시까지 텝스와 한국어능력인증시험 공부도 병행한다.

“고교 수학시험에선 한두 문제만 틀려도 내신 1, 2등급이 내려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방학이 시작되면 집 근처 시립도서관이 문을 여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할 계획이에요. 도서관이 문을 닫는 첫째, 셋째 주 월요일만 쉴 거예요.”(박 양)

독하다. 외고, 자율고에 이미 합격한 예비 고1 중엔 박 양처럼 합격 전보다 더 지옥 같은 삶을 자처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고입합격은 ‘끝’이 아니라 대입의 ‘시작’이기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자신처럼 독한 학생들이 즐비할 텐데, 치열한 경쟁을 또 뚫으려면 한순간이라도 더 빨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특목고생이 많이 찾는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교과정 선행학습을 위한 ‘초시계 스터디(실제 공부한 시간을 타임워치로 정확하게 재가며 공부하는 것)’를 모집한다는 글도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지역 외고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학교에 합격한 김모 양(15)은 벌써 ‘4당5락(4시간 자면 대학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수험생 사이의 금언)’을 실천하고 있다. 김 양은 오전 4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고교과정 준비를 위한 수학, 영어 공부와 함께 며칠 앞으로 다가온 고교 반편성 고사를 준비한다. 벌써 2주째 하루 4시간 미만으로 잠을 줄이며 반편성 고사에 대비한 수학 인터넷 강의까지 듣는다.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는 반편성 시험에 왜 목숨 거는 걸까?

김 양은 “이번에 입학하는 학교는 ‘중학교 때 전교 등수가 고등학교 내신등급이 된다(중학 때 전교 5, 6등 학생이면 고등학교에선 내신 평균 5, 6등급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첫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앞으로 고교생활을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고 싶다”고 했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말 그대로 ‘24시간’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다. 경기의 한 외고에 합격한 홍모 군(15)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입학 전까지 ‘뷰티풀 마인드’,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수십 편의 영화를 자막 없이 볼 계획이다.

“오전, 오후에 한 편씩 3개월 동안 100번 정도 볼 계획이에요. 귀에 잘 안 들어오는 대사는 귀에 박일 때까지 듣고 또 들을 거예요. 외고에 가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춘 학생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등하교할 때도 소설 ‘해리 포터’ 음성파일을 MP3 플레이어에 넣어서 듣고 다니는 홍 군. 그는 꿈속에서도 영어공부를 한다고.

“밤에 잘 때도 수면시간 내내 영어어휘 CD를 틀어놔요. 입학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을 털어버리려고 남보다 조금 더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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