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편성대비 새벽까지 책과 씨름… 고3 뺨치게 ‘독한 공부’
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내년 3월 고교 입학 전까지 고교 수학 3년 과정을 모두 정복하겠다는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수학 10-가, 나 교과서를 복습하며 미분, 적분까지 마치겠다는 것. 수학 문제집 8권을 사서 풀고 있는 박 양은 매일 오전 2시까지 텝스와 한국어능력인증시험 공부도 병행한다.
“고교 수학시험에선 한두 문제만 틀려도 내신 1, 2등급이 내려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방학이 시작되면 집 근처 시립도서관이 문을 여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할 계획이에요. 도서관이 문을 닫는 첫째, 셋째 주 월요일만 쉴 거예요.”(박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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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목고생이 많이 찾는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교과정 선행학습을 위한 ‘초시계 스터디(실제 공부한 시간을 타임워치로 정확하게 재가며 공부하는 것)’를 모집한다는 글도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지역 외고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학교에 합격한 김모 양(15)은 벌써 ‘4당5락(4시간 자면 대학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수험생 사이의 금언)’을 실천하고 있다. 김 양은 오전 4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고교과정 준비를 위한 수학, 영어 공부와 함께 며칠 앞으로 다가온 고교 반편성 고사를 준비한다. 벌써 2주째 하루 4시간 미만으로 잠을 줄이며 반편성 고사에 대비한 수학 인터넷 강의까지 듣는다.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는 반편성 시험에 왜 목숨 거는 걸까?
김 양은 “이번에 입학하는 학교는 ‘중학교 때 전교 등수가 고등학교 내신등급이 된다(중학 때 전교 5, 6등 학생이면 고등학교에선 내신 평균 5, 6등급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첫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앞으로 고교생활을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고 싶다”고 했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말 그대로 ‘24시간’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다. 경기의 한 외고에 합격한 홍모 군(15)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입학 전까지 ‘뷰티풀 마인드’,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수십 편의 영화를 자막 없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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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교할 때도 소설 ‘해리 포터’ 음성파일을 MP3 플레이어에 넣어서 듣고 다니는 홍 군. 그는 꿈속에서도 영어공부를 한다고.
“밤에 잘 때도 수면시간 내내 영어어휘 CD를 틀어놔요. 입학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을 털어버리려고 남보다 조금 더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