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읽든 비판-분석, 그리고 대안 찾아요”
인천 숭덕여고 1학년 서보미 양(16)은 최근 한국인문사회연구원이 주최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제10회 전국논술경시대회’에서 전체 대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초등 3·4학년 △초등 5·6학년 △중등 1·2학년 △중등 3학년 △고등 1학년 △고등 2학년 인문계와 자연계 부문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유형의 문제가 나왔다. 평가기준은 △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제시문 이해도 △논리 일관성 △논거의 타당성 △문장표현의 적확성. 서 양은 고등학교 1학년 공통 유형에 응시해 100점 만점에 97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비결이 무엇일까? 서 양은 “어떤 상황에서든 비판적, 분석적으로 생각해 온 습관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 양에게 논술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들어보자. 》
이번 대회 고1 공통유형 문제로는 제시문을 간단히 요약하는 논제1과 제시문을 요약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논제2가 출제됐다. 두 문제를 모두 풀어 1300자 이내로 서술하는 것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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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으로 문학작품이 나오면 주인공의 성격과 이미 알고 있는 줄거리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서 양은 세 개의 제시문을 관통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했다. 서 양은 “주어진 제시문 안에서 인물들이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중심으로 읽고 한 문장으로 요약해봤다”고 말했다.
‘제10회 전국논술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인천 숭덕여고 1학년 서보미 양. 서 양은 “글을 쓸 때 구획을 나눠 정리하면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양은 논술을 쓰기 전 머릿속으로 완성된 글을 그려본다. 그리고 적당한 분량을 지정해둔다. 이번 대회에서도 서 양은 논제2의 답을 써야 하는 1000자를 150∼300자씩 다섯 구획으로 나눴다. 그리고 △제시문 요약 △제시문 ‘다’와 다른 자신의 의견 제시 △성범죄자의 인성교육을 위한 첫 번째 대안인 사회봉사 △두 번째 대안인 심리상담 △결론으로 나누어 글을 썼다. 이렇게 하면 글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을 잊지 않을 수 있고 논리적인 글을 완성할 수 있다는 설명.
글을 쓰기 전 구획을 나눠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하는지 정해두는 습관은 학교 과학부 활동 중 실험보고서를 쓰면서 체득한 것. 실험보고서를 쓸 땐 문제 원인, 과학 원리, 실험 순서, 결과 등을 칸마다 채워 넣으며 정확히 기록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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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양은 “평소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생각했던 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교에서 준 ‘독서기록장’을 작성해왔다. 독서기록장은 내용 요약과 느낀 점 작성으로 구분돼 있다. 서 양은 “책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적는 ‘느낀 점’ 칸에 주인공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해보는 글을 썼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최인훈의 ‘광장’을 읽고 주인공의 행동을 사회적 문제인 ‘자살행위’와 연결시켜 비판하는 글을 작성했다. 서 양은 “주인공이 왜 자살을 선택해야 했는지, 다른 국가로 망명하는 등의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서 양은 ‘구체적 대안을 타당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논거를 제시하는 법은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배웠다. 서 양은 “매일 아침 뉴스를 보며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슈가 있을 때는 친구,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본다”고 했다.
“며칠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을 때 저는 ‘평화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평화도 중요하지만 현재 한국과 북한은 휴전 중이란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죠. 전 남북의 문화적, 경제적 차이를 근거로 들며 통일은 꼭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어요.”(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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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