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한 반 10명 중 8명이 100% 똑같은 오답!
“1주일 전 선생님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공부해오면 쪽지시험을 보겠다’며 수행평가 과제를 내주셨어요. 인터넷 검색 창에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고 쳐보니 관련 글 수백 개가 떴어요. 그중 ‘지식검색’으로 올라온 수십 개의 글 중 가장 먼저 나오는 글을 찾아 ‘컨트롤 시 컨트롤 브이(컴퓨터 자판의 Ctrl+C를 눌러 내용을 복사한 뒤 Ctrl+V를 눌러 이를 붙여 넣는 행위를 뜻하는 신세대 은어로 베낀다는 뜻)’ 했답니다.”
복사한 내용을 달달 외운 정 양. 드디어 수행평가시간이 되자 답안지에 외운 내용을 고스란히 적어 넣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10점 만점에 최하점인 4점을 받은 것이다. 억울한 마음에 교무실을 찾아갔다. 그러자 교무실에는 똑같이 억울한 심정으로 뛰어온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이미 당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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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인터넷 정보로 공부에 피해를 본 중고교생들의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수행평가에서 학생들이 겪는 피해는 막대하다. 대부분 논술형으로 이뤄지는 수행평가의 경우 한번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를 ‘정답’으로 오인해 베껴 쓸 경우 ‘완벽하게’ 틀린 답지를 제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고교생들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정보를 ‘진리’인 양 맹신한다는 점. 게다가 검색 창에 키워드만 쳐 넣으면 답이 ‘빛’의 속도로 뜨니, 학생들의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매일 한 권 이상 책을 읽어 ‘독서왕’이라 불리던 중2 남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 국어과목에서 책을 정해 독후감을 쓰는 수행평가과제를 앞두고 그는 인터넷 서점에 공개되어 있는 해당 서적의 줄거리를 달달 외웠다. 외운 내용을 100% 답안지에 써낸 그는 결국 낭패를 보았다. 독후감의 대상서적은 시리즈로 구성된 이 책의 ‘1편’이었으나, 그가 답으로 쓴 줄거리는 이 책의 ‘2편’ 내용이었던 것. 인터넷 서점에 공개된 1편 줄거리에 2편의 줄거리가 잘못 삽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 사건 뒤로 그는 선생님으로부터 ‘표절왕’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인터넷 베끼기에서 초래되는 이런 코미디 같은 사건들은 과목을 불문한다. 내신 성적이 상위 4%안에 드는 한 중3 여학생이 수학자인 피타고라스의 생애를 조사해 오는 수행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인터넷 개인 블로그에 올라 있는 ‘피타고라스의 생애’를 참고했는데, 알고 보니 수학자 파스칼의 생애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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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쭈구오 파위 마?”
박 양이 ‘너는 프랑스어를 배운 적이 있니?’라는 뜻의 이 중국어 문장을 읽는 순간, 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크게 읽으니 선생님의 표정은 이내 일그러졌다.
“저는 ‘쭈구오 파위’라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중국어 발음은 ‘쉬에궈 훼유’였던 거예요.”(박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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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