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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최진우]의원 歲費인상 아깝지 않으려면

입력 | 2010-11-29 03:00:00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가 인상될 모양이다. 공무원 급여 인상률과 비슷한 5.1%라고 한다. 2년간 동결돼 있었고, 우리나라 경제 상황도 최악의 고비는 넘긴 걸로 친다면 의원들 세비를 올릴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안보위기때 슬그머니 인상 씁쓸

그런데 국민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필 지금’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가 핵심이다. 북한군에 의해 우리 영토와 국민이 공격받은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슬그머니 인상 결정이 이루어졌고, 예산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여야가 세비 인상에는 용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는 점이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봄의 초입에서 꽃다운 젊은 수병 46인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가을의 막바지에 우리는 연평도 포격이라는 충격적인 사태를 목격하고 있다. 국민은 거듭 뚫리고 있는 안보태세에 경악하고 있고, 무력하게 당하고서 고장 난 무기로 제대로 응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군에 분노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언제 어디를 겨눌지 불안하고, 과연 정치 지도자와 군 간부들이 나라를 지켜낼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신이 커지고 있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로 인한 불확실성도 아직 크다.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이 논의되긴 했지만 획기적인 해법의 마련과는 거리가 있다. 주요 국가 간 환율전쟁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고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 상황이 도미노처럼 악화되면서 유로권 경제에 불안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아직도 출렁이고 있고 실물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언제가 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한국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은 이처럼 엄혹하다. 머리를 맞대고 생존의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 몰두하는 게 순서라 생각되는 게 지금의 분위기이다. 이런 마당에 여야 합의에 따른 전격적인 세비 인상 소식이 들려오니 아무래도 입맛이 개운치 않다.

세비 인상 소식이 달갑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국회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일을 잘하기만 한다면 의원 봉급 올려주는 데 국민이 인색하게 굴 이유가 없다. 그런데 국민 눈에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은 평소에는 일도 별로 안 하다가 가끔씩 국회 활극으로 외신에서 나라 망신이나 시키면서, 공천권을 가진 자에게는 머리를 조아리고 공천권을 휘두를 때는 자기 사람 심기에만 혈안이 되는가 하면, 부정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챙기다 들키면 표적수사 운운하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존재로 비치는 게 문제다. 이런 인식 속에서 국민은 혈세로 자기 봉급 올리겠다는 국회의원에 대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국회 불신’ 민심 헤아려야

정치는 분배의 예술이기도 하거니와 생산의 예술이기도 하다. 정치란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획득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민에게 필요한 안보, 질서, 자유 등의 공공재를 생성해 내는 일이기도 하다. 국회의 역할은 두 가지다. 국민의 권익과 요구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대변하는 역할, 그리고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역할이다. 국회는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여 이를 대변하고 주어진 의사결정권한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

국내외적으로 할 일은 많고 도전은 거세다. 안보도 챙겨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국회는 민심을 헤아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앞으로는 세비 인상에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 그런 국회가 되기를 빈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 한국유럽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