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산드라의 거울/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임호경 옮김/전 2권·1권 472쪽, 2권 464쪽/각 권 1만1800원·열린책들
주인공은 미래를 예언할 수 있지만 자신의 과거는 모르는 소녀 카산드라. 자신의 예언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저주에 붙들린 이 소녀는 기숙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도망쳐 나와 파리 외곽의 쓰레기하치장에 이른다. 거기서 만난 노숙인 집단은 왕년의 외인부대원, 전직 에로 영화배우, 아프리카 흑인 주술사, 컴퓨터 천재 김예빈이다. 이 노숙인들을 단단하게 뭉치게 해 주는 것은 모두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연대의식이다.
‘김예빈’은 베르베르 씨가 “한국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며 썼다”고 밝혔던 캐릭터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난민으로 프랑스에 간 탈북자 출신으로 설정했다. 작가는 “우리가 귀를 기울이기를 거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노숙인들의 더럽고 불결한 모습, 거칠고 적나라한 욕설 등 쓰레기하치장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생생한 묘사는 베르베르 씨의 이전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한편으로 ‘5초 후 사망 확률’을 예언하는 시계 등 베르베르 씨 특유의 상상력 또한 여전히 기발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