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와 전통문화 접목… 세계에 한국美알려
류재하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가 G20 정상회의 기간 전시했던 LED 작품 ‘미디어 첨성 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미디어 첨성대 구상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전통적 미술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류 교수가 경주에 갔을 때다. 당시 인왕동에 서 있던 첨성대를 보고 아름다운 문화재가 가치에 비해 외면 받는 사실이 안쓰러웠다. 그 무렵 서양화 전공이었던 류 교수는 수년 전부터 LED를 소재로 한 미술작품 제작에 관심이 있었다. 야외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유일한 작품 소재. 사람의 눈으로 가장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재료. ‘작품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의 결정체’라는 류 교수의 지론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당시만 해도 몇백만 원을 호가하던 LED를 작품에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류 교수는 “사비를 털어 작품을 만들기란 불가능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던 중 첫 기회가 왔다. 올해 7월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LED를 소재로 한 ‘미디어 스카이 봉산하늘’ 상징조형물을 설치하게 된 것. 회화 조각 영상의 장르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 작품은 미디어예술이 도시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구가 비용 3억 원을 부담했다. 이어 류 교수의 2호 작품인 미디어 첨성대는 올봄 경기 고양시 일산 킨덱스(KINTEX) 국제LED 행사 때 선보였다. 그때는 돈이 없어 전면만 보여주는 반쪽짜리 신세였다. 당시 G20 관계자들에게 눈에 띄어 수개월간의 작업 끝에 제 모습을 갖추게 됐던 것. 전통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복합미디어 작품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있다. 지역민들이 미디어 첨성대를 볼 기회는 사실상 없다. 류 교수는 “29일 이후 해체돼 사라질 처지”라며 “수억 원에 달하는 작품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미디어 첨성대가 경주 첨성대와 같은 공간에 있다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멋진 풍경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