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제선왕에게 仁政(인정)의 방안으로 제시한 내용은 앞서 보았듯이 맹자 자신이 梁惠王(양혜왕)에게 강조했던 내용과 같았다. 또 맹자는 양혜왕에게 “七十者衣帛食肉하며 黎民이 不飢不寒이요 然而不王者는 未之有也니이다”라고 말했는데 제선왕에게는 七十者를 老者로 바꾸어 말했을 따름이다.
衣帛의 衣는 동사다. 黎民은 冠帽(관모)를 쓰지 않은 검은 머리의 일반 백성을 가리킨다. 然은 앞서의 상황을 되받는 말로 然而는 ‘그러고도’라고 풀이한다. 不王의 王은 동사이다. 未之有는 이제까지 그런 일(그러고서도 不王한 일)이 없었다는 말이다.
제선왕은 왕도정치를 행하려는 마음이 없지 않았으므로 맹자가 그를 반복해 깨우친 내용이 精密(정밀)하고도 緊切(긴절)하였다. 하지만 제선왕도 功利(공리)의 私慾(사욕)에 사로잡혀 끝내 仁政을 실행하지는 못하였다. 위정자가 私慾 때문에 근본이념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정말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