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재료에 갖은 재주를 부리는 프랑스 요리와는 달리 토마토 올리브 등을 많이 쓰는 지중해식 요리는 음식 자체의 맛을 살린다. 이탈리아에서는 총리가 ‘음식 구설수’로 물러난 일도 있다. 좌파 민주당(PDS) 출신으로 1998년 총리가 된 마시모 달레마는 총선 직전 “선전물을 돌리고, 포스터를 붙이며, 토르텔리니나 만드는 관대한 활동가로 구성된 좌파에는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가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토르텔리니는 볼로냐 지방의 대표적인 파스타다. 어설픈 좌파 정책은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지만 다수 유권자의 분노를 사 선거에 대패했다. 누가 우리 김치를 경멸하는 발언을 했다면 마찬가지 대접을 받을 것이다.
▷프랑스 요리, 지중해식 식사, 멕시코 요리 등 세 지역의 음식문화가 16일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지중해식 식사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모로코가 공동 신청했다. 구전문학 지역축제 전통음악 전통춤 같은 무형문화유산이 있지만 음식문화가 선정되기는 처음이다. 음식 자체는 신청 대상이 아니어서 해당 국가는 식재료를 얻는 방식, 식사법, 테이블 세팅 또는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를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바야흐로 요리를 테마로 한 문화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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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