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방위-관방 잇단 失言… 정권 ‘리더십 흔들’ 되풀이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각료들의 잦은 실언과 뒤이은 사죄, 발언 철회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각료들의 입 때문에 정권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세 내각 연속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민당 정권 말기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에선 아소 총리 자신이 툭하면 실언을 연발하고 재무상이 국제회의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해 혀가 꼬이는 등 설화(舌禍)로 지지율을 까먹다 결국 정권까지 내줬다. 민주당 정권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도 총리와 각료들이 후텐마(普天間) 문제와 각종 정책에서 오락가락 발언을 계속하다 사퇴했다.
간 내각에선 야나기다 미노루(柳田稔) 법무상이 장본인이다. 그는 14일 지역구민 앞에서 “법무상은 국회에서 두 가지만 말하면 된다. 잘 모르면 ‘답변을 삼가겠다’고 하고, 그걸로 안 되면 ‘법과 증거를 토대로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회 경시’라며 들고일어났다. 법무상은 거듭 사과했으나 야당은 참의원에 문책결의안을 내기로 했다. 간 총리는 법무상 해임을 거부했으나, 민주당 일각에선 문책결의안이 통과될 수도 있으니 자진 사퇴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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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도 실언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18일 국회에서 “자위대는 폭력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가 항의가 잇따르자 곧바로 “자위대는 실력조직이다”라고 정정한 뒤 “자위대에 사죄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국회에서 자신이 읽던 자료를 사진기자들이 망원렌즈로 찍어 보도하자 “도둑 촬영이다”라고 비난했다가 궁지에 몰렸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간 내각은 각료들의 연이은 실언이 큰 부담이다. 단단히 화가 난 야당에 대폭 양보하지 않으면 추경예산 통과가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지지율 추가 하락도 눈에 선하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