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챙기는 일은 제몫이에요”
인천 동구 화수동 주택가에는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민들레 국수집’을 비롯해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밥집’, ‘민들레 책들레’ 등 청소년 복지시설이 있다.청소년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서희 모니카씨가 17일 민들레 꿈 밥집에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동구 화수동 뒷골목에는 낮에 아무 때나 밥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가정집이 있다. 노숙인 무료급식소 ‘민들레 국수집’과 이곳에서 100m가량 떨어진 ‘민들레 꿈 공부방’. ‘노숙인들의 대부’ 서영남 씨(56)와 서희 모니카 씨(27) 부녀가 운영하고 있다.
7년 된 민들레 국수집은 입소문이 꽤 났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충남 천안에서까지 전철을 타고 오는 노숙인이 많다. 문을 여는 오전 10시∼오후 5시에 300∼400명이 와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간다.
이곳에는 화수동 주변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주로 찾아오고 있다. “공부방에 고정적으로 오는 초등학생이 15∼17명이에요. 아이들에게 점심 간식을 먹인 뒤 함께 놀면서 공부도 시키고 있죠.”
모니카 씨를 포함한 3, 4명의 자원봉사자가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월∼수요일과 토, 일요일마다 1시간씩 수학, 논술, 영어, 공예, 그림 강좌가 이어진다. 또 공부방 바로 앞 송현초등학교 운동장에 자주 나가 운동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오후 5시가 되면 1층 ‘민들레 꿈 밥집’으로 내려간다. 다른 청소년들도 밥집에 몰려오기 때문에 매일 100명가량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먹은 뒤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모니카 씨는 “마음씨 고운 할머니와 함께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라볶이(라면+떡볶이)’ 등 여러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개관한 2층 ‘민들레 책들레’ 도서관에는 천주교 ‘예수살이 공동체’, 대한적십자사, 가정주부 등의 도움을 받아 4000권가량의 서적과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빔 프로젝터를 갖춰 놓았다.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수준에 맞게 읽을 수 있는 신간 위주로 책을 비치해 놓았어요. 앞으로 학생들이 노는 토요일에 맞춰 매달 두 차례 영화를 상영하고, 어머니 자원봉사자의 동화구연 수업도 이어질 거예요.”
서영남 씨는 천주교 수도사 생활을 하다 2003년부터 재소자와 노숙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 씨와 모니카 씨는 한 달에 두 차례 경북 청송교도소를 찾고 있다. 모니카 씨는 “강력범만 들어오던 청송교도소에 요즘 23세 이상 초범도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릴 때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모니카 씨는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거친 학생에게도 친근하게 대할 줄 안다. “공부방 동생들에게 ‘무서운 깡패 형’이란 소릴 듣는 중학생에게 ‘학교 안 갈 거 같으면 내일 이곳에 와서 간식 같이 만들자’고 해요. 또 귓속말로 ‘애들 돈 빼앗지 말라’고 하면 콧방귀를 뀌면서도 말은 잘 듣는 것 같아요.” 모니카 씨는 민들레 소식을 다음 카페(cafe.daum.net/MindleleDream)에 틈틈이 올려놓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