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 ‘사장 승진’ 공식화… ‘영 삼성’ 세대교체 가속
“어느 시대이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10월 12일)
“21세기는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리더는 젊어야 한다.”(10월 30일)
“연말 인사는 (인사 폭을) 되도록 넓게 하고 싶다.”(11월 11일)
○ 이재용의 삼성 시대 열리나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입사 10년 만인 2001년 상무보로 임원이 됐다. 다음 달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 입사 19년 만에 사장이 되는 셈이다.
내년에 43세가 되는 젊은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이 부사장의 운신의 폭이 넓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다음 달 삼성 사장단 인사는 조직을 젊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최근 이 회장이 젊은 조직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잇따른 쇄신 인사로 낮아진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전무급도 사장이 되는 파격적인 발탁인사도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9년 1월 사장단 인사에서는 61세 이상의 사장단이 대부분 용퇴했으며 2009년 말 인사에서 새로 사장이 된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53.7세로 더 젊어졌다.
○ “단순한 승진일 뿐”
반면 이 부사장의 승진에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승진을 하더라도 이 회장이 경영의 중심축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당장 삼성그룹이 이 부사장 체제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월 30일 현재 삼성전자에서 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임원은 최지성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16명이다. 이 부사장이 다른 계열사 사장으로 가지 않고 삼성전자에 남아 사장이 되더라도 아직은 10여 명의 사장 중 한 명인 셈이다.
이 회장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한 과정을 살펴보면 이 부사장이 곧장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은 36세 때인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이 됐으며 1979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있다가 1987년 이병철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회장에 올랐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 사장이 될지, 삼성전자의 사업부를 관장하는 사장이 될지,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의 역할이 강화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COO로서의 역할 강화론이 힘을 얻고 있다. COO는 삼성전자 전체의 경영상황을 살펴보기에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철저하게 실적 위주로 인사를 하는 삼성에서 이 부사장이 사업부 사장을 맡았다가 혹시라도 실적이 좋지 않게 나온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위험도가 크다.
삼성의 해외 파트너들 사이에서는 이 부사장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인 편이다.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한 HP의 토드 브래들리 수석부사장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일을 한다”며 “이 부사장은 삼성이 나갈 길에 대한 좋은 비전을 가진 리더”라고 평가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