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4100억 차이 ‘절묘한 베팅’ 결정타 ② 겉으론 적통 명분주의, 실제론 가격대결③ 절체절명 배수진 치고 그룹역량 총동원
○ 2위와 차이 ‘유효적절한 금액’
먼저 이번 M&A의 승부를 가른 것은 현대그룹의 ‘절묘한 베팅’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금액은 각각 5조5100억 원과 5조1000억 원. 금액만 놓고 보면 시장에서 예상한 최대 4조 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높은 가격을 썼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1위와 2위의 가격 차가 1위가 제시한 총 인수가격의 5% 이내면 최고의 M&A, 5∼10%면 ‘합격점’으로 평가한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는 두 기업의 금액 차는 4100억 원으로 현대그룹이 제시한 총 인수가격(5조5100억 원)의 7.4% 수준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현대그룹이 베팅 액수를 매우 잘 썼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성동격서 전략 구사
현대그룹의 역발상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인수전 초반, 시장에선 자금력은 현대차그룹, 명분은 현대그룹이 우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현대그룹이 자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러던 현대그룹이 막판에 자금으로 현대차그룹을 눌렀다.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 전략이 들어맞은 셈.
○ 절박한 총동원령에 그룹 결집
현대건설이 넘어가면 현대그룹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절박함과 그룹의 모든 것을 동원한 결집력도 현대그룹의 승리 요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물론이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 현대증권 등 계열사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모았다. 현대그룹은 배수진을 치고 전쟁에 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자금력이 풍부한 포스코 같은 회사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면 현대차가 더욱 긴장했을 것이고,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