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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문명재]소통 실패한 정책, 설 자리 없다

입력 | 2010-11-08 03:00:00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체감도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표와 점수 산정기준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평균 54점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규제개혁, 지역녹색성장,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법질서 확립에 대한 정책이 이번 조사의 주 대상이었다. 공감정책을 실현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이에 대한 국민체감도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국민 정책체감도 54점 ‘낙제’ 수준

정책에 대한 단순한 명목인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인지 여부를 반영한 실질인지율과 국민체감도는 매우 낮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한 규제개혁 정책의 경우 명목인지율은 78.4%지만 실질인지율은 17.9%, 그리고 국민체감도는 53.4점에 불과했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도 명목인지율은 95.5%로 매우 높았지만 실질인지율과 국민체감도는 각각 52.7%, 52.3점으로 저조했다. 정책에 대한 단순한 인지 수준은 양호하지만 정책을 공감하고 효과를 체감하는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 국정홍보처를 없애는 등 노무현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홍보 기능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 초에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국민과의 소통과 정책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청와대에 홍보수석실을 다시 설치하는 등 정책홍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과거 국정홍보처가 지출한 예산보다 현 정부가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국정홍보에 사용한 점을 야당 의원이 지적하기도 했다. 공감정책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상황에서 정책체감도 조사결과는 적잖이 실망스럽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알리는 전단 살포형 정책홍보와 달리 국민의 마음을 얻는 공감형 정책홍보가 얼마나 어려운 고차방정식인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공자의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足食) 군사를 모으고(足兵) 백성과의 신뢰를 쌓는 일(民信)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경제안정과 국가안보,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과 신뢰 확보가 정치의 본질이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들의 우선순위가 궁금했던 자공은 다시 공자에게 부득이 셋 중에서 없애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없애야 하는지를 물었다. 공자의 포기순위는 족병(足兵)과 족식(足食), 민신(民信)이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공자가 백성에게서 신뢰를 얻는 일이 정치의 근본이요,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여겼다는 점은 초라한 정책체감도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 신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단순한 홍보가 아닌 국민의 공감, 즉 정책의도에 대한 진정성과 정책 내용에 대한 진지한 이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쌍방향 정책홍보 적극 나서야

정부 정책의 승부는 정책을 포장하는 과정보다는 정책의 알맹이를 건실하게 만들고 정책의 공감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갈린다. 민간기업에서 상품생산만큼이나 마케팅, 특히 최근 공감마케팅(affinity marketing)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정책정보를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책홍보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쌍방향 정책홍보, 결과로 말하는 체감형 정책홍보가 절실하다.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경계해야 하는 만큼 국민의 이해와 체감 없이 추진되는 정책도 우리의 경계 대상이다. 국민의 정책불만이 정책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도 정부의 책무이다. 애절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체감정책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언더우드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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