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책체감도 54점 ‘낙제’ 수준
정책에 대한 단순한 명목인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인지 여부를 반영한 실질인지율과 국민체감도는 매우 낮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한 규제개혁 정책의 경우 명목인지율은 78.4%지만 실질인지율은 17.9%, 그리고 국민체감도는 53.4점에 불과했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도 명목인지율은 95.5%로 매우 높았지만 실질인지율과 국민체감도는 각각 52.7%, 52.3점으로 저조했다. 정책에 대한 단순한 인지 수준은 양호하지만 정책을 공감하고 효과를 체감하는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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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과거 국정홍보처가 지출한 예산보다 현 정부가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국정홍보에 사용한 점을 야당 의원이 지적하기도 했다. 공감정책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상황에서 정책체감도 조사결과는 적잖이 실망스럽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알리는 전단 살포형 정책홍보와 달리 국민의 마음을 얻는 공감형 정책홍보가 얼마나 어려운 고차방정식인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공자의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足食) 군사를 모으고(足兵) 백성과의 신뢰를 쌓는 일(民信)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경제안정과 국가안보,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과 신뢰 확보가 정치의 본질이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들의 우선순위가 궁금했던 자공은 다시 공자에게 부득이 셋 중에서 없애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없애야 하는지를 물었다. 공자의 포기순위는 족병(足兵)과 족식(足食), 민신(民信)이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공자가 백성에게서 신뢰를 얻는 일이 정치의 근본이요,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여겼다는 점은 초라한 정책체감도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 신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단순한 홍보가 아닌 국민의 공감, 즉 정책의도에 대한 진정성과 정책 내용에 대한 진지한 이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쌍방향 정책홍보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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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경계해야 하는 만큼 국민의 이해와 체감 없이 추진되는 정책도 우리의 경계 대상이다. 국민의 정책불만이 정책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도 정부의 책무이다. 애절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체감정책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언더우드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