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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초딩 국가대표’

입력 | 2010-11-08 03:00:00

亞경기 출전 10명중 4명차지… “金메달, 나이순이 아니잖아요”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종로구민회관에서 열린 ‘한국체스 K리그’에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 한국 체스 국가대표팀으로 참가하는 초등학생 4명이 모였다. 왼쪽부터 임하경, 김태경 양, 장재원 군, 변성원 양.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종로구민회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한국체스 K리그’ 경기장인 이곳에 성인 참가자 사이로 엄마 손을 잡은 초등학생 4명이 등장했다. 서울 상계초 5학년 김태경 양(11), 서울 갈산초 6학년 장재원 군(12), 서울 금북초 6학년 임하경 양(12), 경기 수원 대선초 6학년 변성원 양(12)이다. 이들은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참가하는 한국 체스 국가대표팀의 일원이다. 이들의 유니폼에는 태극기가 당당하게 그려져 있었다.

○ ‘초딩’ 국가대표

앉아서 하는 ‘심리 스포츠’인 체스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부터 공식 종목이 됐다. 그동안 선수를 구하지 못해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했던 한국은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이들 초등생 4명과 함께 중고교생 3명, 성인 3명으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은 12일 출국해 남녀 개인, 단체전을 포함해 총 4개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태경 양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체스 대표팀에 초등생이 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몸이 아닌 머리로 하는 싸움이어서 아이들이라고 해서 불리할 것은 없어요. 아직 국내 체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사실상 아이들이 최고 실력자인 이유도 크죠.”(황참 대한체스연맹 부회장)

‘국가대표 초딩’들은 이제까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4명 모두 초등학교 입학 전 재미 삼아 집 앞 문화센터나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체스 수업을 듣다가 체스에 빠져들었다. 프랑스에서 살다가 6세 때 한국으로 돌아온 변성원 양은 한국에서 적응을 잘 못해 힘들어하던 중 체스를 시작했다. 장재원 군은 인터넷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스를 배웠다. 3시간 넘게 진행되는 체스 경기를 통해 아이들은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 리더십을 배웠다고 한다. 임하경 양은 지난 학기 전교 어린이 회장을 지냈고, 변 양과 장 군은 교내 수학 영재학급에 선발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국제 체스올림피아드 등 해외 대회에도 참가했다. 평균 나이가 30대인 참가자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항상 ‘최연소’ 타이틀을 달았다. 임 양은 “2년 전 독일에서 열린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만난 상대방은 일본의 60대 할머니였다”며 “한국 선수들이 너무 어려 다른 나라 대표들이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 계속 체스에 전념하고 싶어도…

아이들은 모두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계속 체스에 전념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김 양은 “체스가 정말 좋지만 체스와 관련된 직업이 별로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장 군의 어머니 이숙은 씨(44)는 “이전에도 뛰어난 실력을 뽐내던 초등생 체스 선수가 여러 명 있었다”며 “하지만 그 아이들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 때문에 체스를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아직 체스에 대한 인식이나 기반이 미약한 탓에 대부분의 선수가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체스를 손에서 놓는다는 것이다. 임 양의 어머니 박혜일 씨(40)는 “아이가 국제중학교에 원서를 넣고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며 “중학교에 진학하면 취미 삼아 체스를 할 순 있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국제 대회에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체스에 대한 일반의 무관심도 고민의 한 이유다. 대한체스연맹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어서 체스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자비를 들여 항공권과 입촌비 등을 마련해야 했다. 황 부회장은 “체스 대표팀은 개인 돈으로 단복을 맞춰 입어야 할 정도로 주변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계속 체스를 하라고 격려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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