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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섹션피플]美 1, 2위 이통사와 제휴 ‘다날’의 박성찬 대표

입력 | 2010-11-08 03:00:00

“국경없는 원화 결제방식 내놓을 겁니다”




지난달 29일 미국 2위의 이동통신사인 AT&T가 “휴대전화 결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면서 휴대전화로 디지털 콘텐츠를 사고파는 게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별 관계없는 뉴스 같았다. 그런데 AT&T가 “함께 서비스를 시작하는 파트너”라고 밝힌 회사들 가운데 하나가 눈에 띄었다. 국내 휴대전화 업체인 다날이었다. 올해 3월 이 회사는 미국의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도 휴대전화 소액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버라이즌과 AT&T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50%가 넘는다. 도대체 미국 1, 2위 회사가 지난해 매출 839억 원인 이 작은 회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 위임하는 경영

올해 3월 다날의 박성찬 대표(사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땐 거절당했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된다고 했다. 2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다날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박 대표는 “미국 일을 다 넘겨놓아서 이젠 시간이 좀 생겼다”고 말했다.

다날의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음악이나 게임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살 때 컴퓨터화면에 휴대전화 번호를 넣으면 음악이나 게임 회사가 사용자의 휴대전화로 ‘인증번호’ 문자를 보내고, 이를 인터넷에 다시 입력하면 결제가 되는 서비스다. 단순한 기술이지만 요금을 내지 않는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잘 관리해 연체율을 낮춰주고 신뢰를 쌓아서 국내에선 1위가 됐다. 하지만 미국에선 지난해 매출 839억 원의 작은 회사를 누구도 알지 못했다. 신뢰가 있을 리 없었다. 한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박 대표가 직접 통신사와 게임회사 등에 달라붙어야 했다.

박 대표의 별명은 ‘스토커’다. 실무자의 집까지 쫓아가는 끈질긴 영업스타일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게 영업하면 경찰이 출동한다고 했다. 한국식 영업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인력회사로부터 통신사 영업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의 목록을 사서 이들을 쫓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렇게 통신사 부가서비스 사업을 해온 짐 그린웰 씨를 사장으로 영입했고, 통신업계에서 기업간(B2B) 영업만 25년 이상 해온 드니즈 아처 씨를 가장 중요한 통신사 영업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박 사장은 영어를 못해 통역을 쓰면서도 수없이 이들을 만나 “다날에서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AT&T와의 계약이 발표되자 이 외국인들에게 모든 걸 맡기고 짐을 싸서 한국에 왔다.

○ 좌충우돌 10년

박 대표는 고려대 건축학과 82학번이다. 학교는 1년도 다니지 않고 중퇴했다. 그는 “집이 어려워 돈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 뒤 작은 건설회사를 몇 번 직접 창업했고,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는 “뭔가 뜨는 게 없을까” 기웃거리다 ‘삐삐’(호출기)에 숫자 대신 문자를 보내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게 다날의 시작이었다. 삐삐의 유행이 끝나자 휴대전화 벨소리를 만들어 팔았고 소액결제는 벨소리를 팔기 위해 고안한 시스템이었다.

지금 다날은 거꾸로 소액결제로 판매하기 쉬운 온라인게임, 디지털 음악 등을 판매한다. 온라인게임회사인 다날엔터테인먼트와 음악포털 ‘오디오닷컴’ 등이다. 최근에는 원화로 미국 인터넷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사는 등 결제의 국경을 없애는 새로운 결제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