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법칙을 활용한 널뛰기와 시소놀이를 몰리에르 연극에 도입해 원작의 희극성을 극대화한 극단 수레무대의 ‘스카펭의 간계’. 사진 제공 극단 수레무대
음악극 ‘천변카바레’. 아깝게 요절한 대중음악가수로 미국에 영화 ‘라밤바’의 주인공 리치 밸런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트로트의 전설 배호가 있음을 보여 준다. 사진 제공 두산아트센터
○ 만화적 상상력이 빛나는 ‘스카펭의 간계’
배우가 무대에 설치된 구멍 아래로 톡 떨어지며 퇴장하면 다른 구멍에서 다른 배우가 톡 튀어나온다. 무대 아래 설치된 널뛰기 장치를 이용한 등퇴장이다. 때론 무대 중앙에 설치된 도르래 밧줄을 잡고 한 배우가 무대 밑으로 사라지면 그와 연결된 밧줄을 잡고 다른 배우가 무대 위로 출현한다. 2층 높이 무대에서 허공으로 몸을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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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국악 라디오드라마, ‘왕모래’
사다리꼴로 구성된 무대 좌우엔 악사 7명과 배우 3명 그리고 낭독자 1명이 자리를 잡는다. 무대 위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설치된 직사각형 스크린에선 살구꽃이 흩날리고 시적인 문구가 떠오른다. 아름답고 처연한 국악 반주가 흐르면 단편소설을 낭독하는 음성이 들려온다.
“그해 살구꽃이 흩날리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새벽녘이면 으레 돌아오던 어머니가 이날은 낮이 기울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앤젤리나 졸리의 영화 더빙 목소리로 친숙한 성우 이선 씨다. 작가는 ‘소나기’로 익숙한 고 황순원. 대사가 필요한 장면에선 배우 3명이 연기를 펼친다. 조연 배우의 몫은 악사들이 번갈아 맡는다.
정가악회와 극단 서울공장이 공동 창작한 낭독음악극 ‘왕모래’(연출 임형택)는 이렇게 친숙한 형식을 빌리면서도 ‘황순원’ 하면 떠오르는 순정한 세계에 대한 통념을 산산이 부숴 놓는다. 지독한 가난과 그로 인한 도둑질, 매춘, 마약중독, 존속살해까지. 포크너나 스타인벡의 작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비정함이 넘친다.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낭독이 그런 원작의 먹먹함을 최대한 살린다. 그 대신 국악 편성의 음악과 몸짓 중심의 연기 그리고 동심의 세계를 담은 영상이 그 여백의 감성을 파고든다. 2만5000∼3만 원.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 02-596-0601
○ 트로트 리사이틀 무대를 극화한 ‘천변카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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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안개 낀 장충단공원’ ‘영시의 이별’ ‘돌아가는 삼각지’ 같은 배호의 히트곡은 물론이고 ‘키다리 미스타 킴’ ‘내 속을 태우는구려’ 등 1960, 70년대를 수놓았던 가요 16곡이 재즈풍으로 등장한다.
가수와 밴드 연주자들은 중간중간 연기자로 변신하며 두메산골 출신 공장노동자 춘식이 배호의 노래를 들으러 천변카바레에 놀러왔다가 모창가수 ‘배후’가 되는 과정을 연극으로 펼쳐낸다. 가요평론가 강헌 씨와 극작가 박현향 씨가 대본을 쓰고 말로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4만 원. 12∼2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Space111. 02-708-5001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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