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본인 몰래 도용해서 개설해 놓은 휴대전화가 대포폰이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전화 통화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주로 범죄자들이 사용한다. 경매 사이트에 물건을 헐값으로 올려놓고 구매 희망자를 유인한 뒤 대포폰으로 통화하면서 역시 명의를 도용해 만든 대포통장에 입금시킨 뒤 대포차를 타고 달아난 사기범도 있었다. 유괴범이나 스팸 문자를 이용한 사기는 대포폰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뭔가 뒤가 구린 사람들이 대포폰을 쓰기도 한다. 대포폰 사기가 늘어나자 각종 사기 피해를 신고하는 인터넷 사이트(www.thecheat.co.kr)도 등장했다.
▷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포폰이 등장했다.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행정관이 대포폰을 공기업 임원 명의로 지원관실 직원에게 만들어줬으며, 이 직원은 사찰 관련 기록이 들어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기 위해 컴퓨터 전문가와 접촉하는 데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불법사찰 행위의 전모를 숨기기 위해 대포폰이란 ‘불법 장비’를 동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목적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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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