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3000명 땀으로 불밝힐 청사초롱, ‘G20 성공길’ 비추다
《 ‘7만3000명.’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외곽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 5만 명과 군 1만 명, 행사준비 인력 7000명과 자원봉사자 6000명이 7일 앞으로 다가온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막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해외 정상 등 주요 참석 인사들의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를 책임지는 호텔 지배인, 요인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팀, 행사장 주변 철통 경비를 선언한 경찰, 해외 명문대를 다니다가 자원봉사를 위해 귀국한 대학생, G20준비위원회에서 대회 준비에 숱한 밤을 지새운 사무관까지.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일주일 뒤 이들의 땀과 노력으로 밝힌 ‘청사초롱’이 한국을 찾은 세계인들을 환하게 맞이할 것이다. 》
■ 양석 롯데호텔서울 총지배인
서비스 드림팀 80명 총 출동… 정상은 1대1 장관 2대1 서빙
양석 롯데호텔서울 총지배인(57·사진)은 1979년 호텔 설립 멤버로 입사한 뒤 호텔리어 경력이 30년이 넘지만 요즘처럼 바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책을 맡은 롯데호텔의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환영만찬의 음식공급업체로 단독 선정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EU), 네덜란드 등의 세 정상이 이 호텔에 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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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투숙 손님들에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심했다. 각국 국기를 넣은 카드키를 특별 제작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들을 위해 객실에는 메카 방향 화살표까지 넣었다. ‘피를 뺀 양고기’만 먹는 이슬람 관습에 맞춰 이태원의 이슬람식 도축장을 찾아 공급처를 확보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이샘나 G20준비위 사무관
회의 관련 업무와 ‘열애 1년’… 이젠 그 사랑 열매맺길 기대
지난달 23일 오전 5시경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성명서(코뮈니케) 초안을 복사하고 있던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의제기획과의 이샘나 사무관(26·여·사진)은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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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해도 돼요” “도와줄까요?”…. 의외로 이 관계자들은 부드러웠다. 인도의 한 공무원은 어느새 이 사무관 옆에 와서 서류를 정리하는 작업을 돕고 있었다.
서울 정상회의를 8일 앞둔 3일 이 사무관은 “매일 새벽 1시에 퇴근할 만큼 바빴지만 외국 정부 관계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협력했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G20 관련 업무가 마무리되면 홀가분한 만큼 아쉬움도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행정고시 52회에 합격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G20 관련 회의 때 쓰는 자료집을 구성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이 사무관에게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은 ‘공직생활의 첫사랑’. 이 사무관은 “이제는 국적에 상관없이 G20 관계자는 모두 가족 같다”고 말했다.
그는 6월 부산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직원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일하던 자신에게 건넨 “That's a G20 spirit(이게 바로 G20의 열정이네요)”이란 덕담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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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김단비 서울시 자원봉사자
두달간 자원봉사 교육 마치고… 회의 일원 된다는 생각에 뿌듯
김 씨는 미국에 있는 친구들도 서울에서 G20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회의 날이 다가오니 친구들이 전화로 요즘 한국 분위기를 묻더라고요. 회의가 잘 마무리돼 내년에 미국으로 돌아가면 이것저것 자랑할 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박동현 서울 강남署 경비과장
추석 이후 24시간 가건물 근무… 예멘 폭탄테러 뉴스에 더 긴장
“오전 6시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잠시도 앉아있을 틈이 없네요. 10월 초부터 매일 이렇게 정신없이 G20 경비 상황을 체크하면서 지내왔습니다.” 3일 오후 사무실에서 만난 박 과장은 G20 회의를 불과 일주일가량 앞두고 예멘에서 한국 기업의 송유관을 폭파하는 테러가 발생하면서 경비팀도 비상상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테러사건으로 경비 경호업무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 회의가 국제적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과장은 이날 오전 7시 일일 경비인력 체크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오전 8시에는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 주재로 서울 시내 전 경찰서 경비과장들과 화상 회의를 했고, 오후에는 주민용 출입 스티커 배포 현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G20 회의 일정을 설명하고 검문검색과 교통통제 등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박 과장은 “15년 경찰 생활 중 이번처럼 몸이 힘든 것은 처음”이라며 “한 달 넘게 ‘퇴근’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지만, 중요한 국가적 행사 준비에 기여한다고 격려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힘을 낸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유정권 경호안전단 기조실장
주변 업소 의자수까지 파악… 안보이는 경호가 진짜 경호
경호안전통제단 유정권 기획조정실장(사진)은 ‘테러 없는 G20’을 위한 범정부 경호대책의 실무책임자다.
청와대 경호처 소속인 유 실장은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호업무가 요인 접근경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주변 지형지물의 사소한 사안까지 소리 없이 파악해 장악하는 것이 경호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봉은사 도로변 식당들의 총 좌석 수가 166개라는 것은 물론이고 코엑스 주변 업소들의 좌석 수천 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유 실장은 사이버테러 대비를 위해 6∼8월 공군기지 및 지하철 차량기지에서 대응 시뮬레이션을 거쳐 세부 보완작업도 마무리했다고 했다. “영화 속 장면처럼 항공기 추락, 지하철 탈선, 자동차 역주행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시작한 경호작전은 준비가 다 끝났다”며 “마지막으로 현장 요원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완벽 임무에 나설 수 있도록 정신무장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군 경찰 소방대원이 포함된 경호인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면서 ‘G20의 성공은 나의 성취’라고 믿어야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