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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릴레이 칼럼]대니 라이프치거

입력 | 2010-11-01 03:00:00

“무역흑자국들 역할이 서울회의 성패 좌우”




11,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전 세계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모임이다.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올해는 G20의 부상이 가장 뚜렷했던 한 해다. G20에 부여된 중요성 때문에 서울 회의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G20의 공조된 경기부양책은 중국과 기타 신흥국의 수요 신장에 힘입어 세계 경제를 파국에서 구해냈다. 그러나 위기 전 세계 경제의 급성장과 무역 증진을 가져왔던 게임의 법칙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G20과 그 역할에 위협이 되고 있다. G20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게임의 규칙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G20이 민족주의적 경제정책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세계시장에 자리매김하려는 개발도상국에 중요하다. 포퓰리스트적인 생각과 시장개입주의자의 호소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 전 세계 지도자가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역수지 흑자국이 수출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해온 것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무역수지 흑자에 제한을 두는 것이건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본원칙을 따르는 것이건 간에 무역수지 흑자국은 내수를 진작하거나 무역수지 적자국에서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 수출이 많으면서도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룬 한국은 그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나라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는 유로존을 보호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남유럽에서 더 많은 소비에 나서야 한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천문학적인 무역수지 불균형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억제하는 한편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 국민의 입장에선 미국의 채권보다는 미국의 물품을 사들이는 편이 낫다. 실제 중국 국민은 1인당 외환보유액이 평균 3000달러라고 해서 받는 혜택은 별로 없다. 결국 무역가능 품목에 대한 중국의 내수를 진작시키는 것은 경상수지 목표제 등을 포함해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주창한 관리무역(managed trade)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답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통화정책만으론 미약한 투자, 일자리 없는 성장, 내수의 약세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경제정책 담당자가 알아야 한다. 추가적인 양적 완화 정책만으론 미국 기업이나 가구에 만연한 위축된 투자심리나 소비를 촉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과도하게 풀린 통화정책은 다른 국가에 환율정책의 어려움을 끼치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이런 점에서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은 무역균형을 유지하는 나라들과 더 활발한 교역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한미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다.

물론 G20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그 성공 여부는 국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각국의 국내적 세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정치상황에 여력이 있는 나라, 즉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보는 나라들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더 나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결정적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가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나라가 대결보다는 협력과 조정의 정신에 따라 자유무역에 대한 재확인을 이끌어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대니 라이프치거


△현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 교수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2004∼2009년 세계은행 부총재(빈곤 감소 및 경제관리 담당) △ 세계은행 내 ‘경제학자 및 경제전문가 1000명 네트워크’ 수석. 1995년 아르헨티나 금융 구조조정 프로그램 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