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은 “동시처리가 최상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걸 요구할 때가 아니다. 급한 대로 유통법만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동시처리를 주장하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골목상권은 SSM에 점령당해 소상공인들은 생존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의 최극렬 공동대표도 “법안 처리가 지연돼 소상공인들이 몰락하면 앞으로 (국회의원이) 시장을 찾아와 인사해도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민주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민주당이 “상생법이 통상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일괄처리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는 유통법을 우선 처리하고 상생법은 12월에 따로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한나라당 역시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조율을 제대로 못해 장관급인 김 본부장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추진 중인 유통법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도록 놔둬 합의 파기의 빌미를 줬다. 입으로는 ‘친서민’을 외치며 ‘조기처리’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뒷짐만 지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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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기변신도 생존이 전제된 상황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고사 직전에 내몰려 유통법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에도 정치권은 서로에게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정쟁으로 시간을 끌지 말고 우선 법안을 통과시켜 급한 불을 끈 뒤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박승헌 산업부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