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28)는 들러리였다. 그는 타자 트리플 크라운(홈런, 타격, 타점 1위)과 장타력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류현진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12표 차로 MVP에서 탈락한 이대호는 쓸쓸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상 4개 받고 비참하게 퇴장한 유일한 선수일 것"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25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0년 MVP 및 신인왕 시상식장에서는 이대호와 류현진이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였다.
하지만 올해 더욱 임팩트가 강했던 선수는 이대호였다. 프로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이대호는 총 유효표 92표 가운데 59표를 얻어 30표에 그친 류현진을 제치고 '별 중의 별'로 떠올랐다.
타율 0.364에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한 그는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출루율, 장타력)에 올랐다. 타이틀 수상식 때는 트로피가 너무 많아 몇 개는 바닥에 내려놓아야 할 정도였다. 또 8월 4일 두산전부터 14일 KIA전까지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대호는 "4년 전 쓸쓸히 퇴장하면서 마음속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꼭 한 번 서 보고 싶었던 이 자리에 서게 돼 너무 감격스럽다"며 "지난 연말 결혼한 뒤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결혼 후 부산에서 술 약속을 잡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옆에 있어 준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 전 MVP 류현진은 부상으로 2000만 원 상당의 순금 트로피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이대호는 4500만 원 상당의 폭스바겐 티구안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는다. 타이틀 상금도 올해부터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올라 7관왕 상금으로도 2100만 원을 챙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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