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3cm’ 대본★★★ 연기★★★☆ 연출★★★☆ 음악★★★☆
색맹이 된 화가(장혁진·오른쪽)와 카페 주인이 된 바이올리니스트(문숙경)의 3cm 어긋난 사랑이 빚어낸 깊은 그리움을 그려낸 창작극 ‘3cm’. 사진 제공 극단 하땅세
연극 ‘3cm’(조태준 작·연출)의 서막이다. 화가와 바이올리니스트의 우연한 만남.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낭만적 구도다. 그 다음 공식은 뭐일까. 뜨겁게 타오르던 그들의 사랑이 운명의 장난으로 비극적 파국을 맞는 것이다. 절반은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
비극적 파국은 있어도 뜨거운 사랑은 없다. 사랑은 오히려 비극 다음에 찾아온다. 엇박자의 사랑. 연극의 제목은 바로 그 어긋난 운명의 짧은 거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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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음악’과 ‘들리는 그림’ 그리고 그 둘의 변증법적 결합으로서 시의 미학을 무대언어화하려는 열정이 풋풋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예술적 교류가 구체적 삶에 어떤 윤리적 변화를 가져왔는지가 빠진 탓에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 여주인공을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끝까지 타자화하기보다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욕망하는 주체’로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못내 아쉽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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