恩은 흔종에 끌려가는 소를 불쌍히 여겨 살려주었듯이 짐승에게 베푼 은혜를 말한다. 功은 功效이니, 정치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효과를 뜻한다. 及은 ‘…에 미치다’, 不至於는 ‘…에 이르지 않다’이다. 不及이라고 해도 되지만 不至於라고 해서 글자의 중복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獨何與는 ‘유독 어째서인가’라고 힐문하는 어조를 띤다. 與는 추정과 의문의 뜻을 지니는 종결사이다.
‘양혜왕·상’의 제7장은 제선왕과의 문답을 매우 길게 실어두었다. 四書(사서) 가운데서도 ‘맹자’는 하나하나의 편장이 매우 길다. 이에 대해서는 17세기 조선의 학자 柳世鳴(유세명)이 논평한 말이 있다. 四書 가운데 ‘대학’과 ‘중용’은 心法(심법) 傳授(전수)의 내용을 담아서 문장에 先後(선후)와 次第(차제)가 있고 條理(조리)와 脈絡(맥락)이 있다. 이에 비해 ‘논어’와 ‘맹자’는 答問(답문)과 論辨(논변)의 말을 기록했기 때문에 차례나 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논어’는 單章(단장)과 隻句(척구)가 대부분이지만 ‘맹자’는 문답을 있은 그대로 기록해서 100여 언에서 수백 언에 이르는 예가 많다. 유세명의 논평에 유념하여, ‘맹자’를 읽을 때는 문답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