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다시 12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산호세 광산에 도착하기까지 칠레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았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입국할 때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던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광산으로 취재를 온 한국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스탬프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광원을 무사히 구하자(Save the miners)’라는 메모를 보여줬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TV로 생중계되는 광산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구조작업이 시작되자 칠레 국민 모두는 생중계된 22시간 동안 구조현장을 숨죽여 지켜보며 함께 울고 웃었다. 33명의 광원 가운데 첫 번째로 구조된 플로렌시오 아발로스 씨(31)의 아내와 7세 아들이 남편과 아빠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울었고, ‘불사조’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기쁨에 겨워 풀쩍풀쩍 뛰어다니던 광원 마리오 세풀베다 에스피나 씨(40)를 보며 폭소와 함께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구조작업 내내 현장을 지키며 구조를 총지휘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등 칠레 정부 당국도 거의 완벽한 구조작업으로 구조시간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구조가 끝난 뒤 피녜라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칠레 국민은 한결같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역경에 맞서 싸워 이겼다. 칠레는 과거보다 더 단결되고 강력한 나라로 거듭났다”고 선언했을 때 전 세계도 고개를 끄덕였다.
칠레는 이번 일을 통해 나라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친 국민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분열된 국론으로 국력을 소진해온 한국이 이번 칠레의 광원 구조 드라마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신치영 뉴욕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