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미대사관 국감… 외교부 특채비리 설전
“도매금으로 비판하는 것은 안 된다.”(한덕수 주미 한국대사)
1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에선 외교통상부의 특채 인사비리 문제와 관련해 한 대사와 의원들 간에 설전이 이어졌다. 의원들이 외교부 인사 비리 문제를 언급하면서 주미 한국대사관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한 데 대해 한 대사가 발끈하자 여야 의원들이 벌 떼처럼 공격한 것이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가족 특채사건은 외교부 문제만이 아니라 전 공무원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은 공무원 사회가 썩었다고 얘기하고 외교부의 주요 보직엔 주미대사관이 등장하는데 한 대사의 생각은 어떠냐”고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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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은 홍순영 전 장관의 아들이 주미대사관 정무과에 근무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지만 ‘도매금’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 신낙균 의원은 “대사가 소극적인 유감 표현을 하고 억울한 사람이 있는 것에 좀 더 많은 설명을 한 것은 고위직 답변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은 “한 대사가 누구를 지칭해 얘기하는 건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재첩국에 상한 조개 두 마리만 들어가도 국은 못 먹는다”고 비유했다. 김 의원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비합법적이고 불공정하게 된 사람은 스스로 도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매금’ 발언으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남경필 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남 위원장은 “한 대사가 억울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 오해를 산 것 같은데 외교부 인사 특채 파문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감사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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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사가 억울한 사례를 거듭 거론하자 남 위원장은 “해외에 나와 근무하다 보면 아무래도 국민의 열망과 분위기를 제대로 못 느낄 수 있다”며 “국내에 오면 꼭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보기를 권유한다. 국민들이 얼마나 질서의식이 있고 특권의식이 없는지 경험해 보면 최근 국민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먼저 제기한 이윤성 의원은 “대사가 왜 이렇게 감이 뜬가”라고 질책하면서 “행안부 감사 결과 온갖 비리 유형이 전부 동원돼 ‘비리 백화점’ ‘맞춤형 비리’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국민들의 분노를 듣고 이 문제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