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공산주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는 국가권력의 세습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유럽 정치가 어둠에 싸인 원인 중 하나로 세습제를 꼽으며 통렬히 비판했다. 세습제는 인민이 국가권력의 진정한 근원이라는 흐름에 위배된다고 마르크스는 생각했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모든 국가권력이 인민에게 속할 때 착취와 특권이 없는 새로운 사회가 된다고 봤다. 21세기인 오늘날, 북한이 세습제를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은을 후계자로 삼기 위해 김 위원장은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는 일군의 노인을 중용해 자신의 일가에 충성하고 이후 정은의 후계구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새로운 권력집단을 세웠다. 특히 여동생 김경희와 매부 장성택에게도 무거운 임무를 맡겼다. 새로운 권력집단의 평균연령은 78세다. 고대 로마의 ‘원로원’을 본떠 어린 왕위 계승권자에게 집정 호위대를 만들어 준 게 분명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생각했든지 간에 북한 권력체제와 후계구도에는 매우 큰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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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은이 비록 외모는 할아버지와 닮았지만 능력 성격 의지력까지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닮았는지, 독재적 정치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지, 2012년 북한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 수 있는지 등 다른 모든 것은 미지수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키우던 20년간의 단련기간을 정은은 갖지 못한다. 그의 집권 능력과 의지가 어떨지는 오직 하늘만이 안다.
이제 막 길을 나선 정은이 북한의 방향타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미래의 ‘북한호’는 국내외의 압력이라는 거센 파도에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위기의 배가 될 것이다. 위기국면을 장악하지 못하면 새로운 권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매우 고립되고 봉쇄된 국가인 북한은 북쪽에서는 중국의 개방 압력을, 남쪽에서는 한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 미국과 일본 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제재를 하고 있다. 상황은 이처럼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런 상황 아래 제때 정권의 권위를 확립하지 못하고 북한 국내 경제위기가 계속 악화되면 결국 참혹한 권력 투쟁이 내부에서 발생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북한 지도자에게는 많은 기회도 존재한다. 단호한 결단으로 개방에 나서고 핵을 포기하면서 세계와 새롭게 관계를 정립한다면 정은은 북한과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의 창조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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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