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3분의 1로… 라인 곳곳 멈춰… 배추 한포기 들어오지 않는 날도
6일 오전 강원 횡성군 대상FNF㈜ 종가집 횡성공장의 절임배추 다듬기 라인 가운데 일부가 텅 비어 있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그러나 최악의 배추 대란을 겪고 있는 요즘 이 공장 역시 홍역을 앓고 있다. 1987년 공장 가동 이후 최대 시련이다.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로 배추 품귀 현상이 발생했지만 일주일 정도에 불과했다. 김대현 공장장은 “우리 구내식당에서도 배추김치가 사라졌다”며 배추 품귀와 가격 폭등으로 인한 여파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평소 이 공장에서 생산하던 김치는 1일 60t. 그러나 요즘은 하루 20t 생산에 그친다. 1kg에 400원 하던 배추 구매 가격이 2000∼2500원까지 뛰었지만 이 가격에도 물량을 확보할 수가 없다. 최근 들어오는 배추 물량이 들쭉날쭉하고 있다. 배추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다.
이 때문에 배추 파동 이후 공장 가동률은 50∼60%로 떨어졌다. 매일같이 하던 야간근무는 사라졌다. 원재료가 일찍 떨어져 조기 퇴근하는 날도 생겼다. 이날 배추 속 넣기 공정에서는 7개 라인 가운데 3개 라인이 비어 있었다. 이에 따라 배추김치 생산 라인에 있던 직원 260명 가운데 상당수가 열무나 총각김치 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루 평균 80명이 찾아오던 견학 프로그램이 중단된 것도 눈에 띈다. 이 공장은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으로 김치 2∼3kg을 증정해 왔다. 하지만 배추 값이 폭등한 이후에는 이 물량을 대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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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측은 강원 지역 준고랭지 배추가 출하되는 이달 중순부터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물량 역시 업체나 가정이 원하는 수요에는 충분하지 않아 배추 값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공장장은 “이번 배추 파동은 작황 부진, 원산지 표시제로 인한 중국산 수입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배추 대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배추가 포장김치보다 비싸졌다 ▼
배추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식품업체가 만드는 포장김치 가격과 역전됐다. 배추 가격이 배추 외에 무, 고춧가루, 마늘 등 부재료와 양념 비용, 가공, 포장, 물류비 등까지 포함된 포장김치 가격을 추월하면서 ‘김치를 담가 먹기보다 사먹는 편이 더 싼’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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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배추 1포기로 김치를 담글 때 다듬기 등 가공 공정을 거쳐 실제 김치 담그기에 쓰이는 비율(수율)은 배추 한 통의 70% 정도지만, 최근 작황 부진에 따라 배추 품질이 많이 떨어지면서 이 비율이 50%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김치를 담글 때 드는 배추 100g의 실제 가격은 460원의 2배인 920원 선으로 훌쩍 올라가 같은 중량의 포장김치 완제품 가격(769원)보다 높아진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