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 철학, 예술혼으로 꽃피다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이 생전에 집무실에서 근무하던 모습. 사진 제공 두산그룹
회사 측은 “100주년을 맞이해 고인을 기릴 방법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다가 고인의 인재경영 철학을 이어 젊은 예술인들을 북돋아주는 상을 만들었다”고 예술상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연강예술상은 40세 이하 공연과 미술 분야 예술가로 한국 예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잠재력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상금과 활동지원비는 모두 2억 원으로 시상 규정에 따라 수상자에게 배분된다.
공연부문-김낙형, 미술-구동희 김시연 박미나 씨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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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는 아니지만 두산그룹에서 박 초대 회장의 위치는 각별하다. 두산이라는 지금의 이름을 처음 쓴 것이나 부친에게서 사업을 물려받을 때까지 ‘상점’이었던 회사를 그룹으로 만든 것도 박 초대 회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맥주사업과 함께 무역 기계 포장 음료 등 각종 연관 사업에 투자해 1952년부터 1973년 타계 전까지 모두 13개의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고, 두산의 매출액을 349배 성장시켰다. 인화를 중시하는 기업 분위기나 ‘사람이 미래다’라는 그룹 슬로건도 거슬러 올라가면 박 초대 회장의 인재·인화 경영에 이른다.
잠재력 갖춘 젊은 예술가 육성,상금-전시회비 등 2억 지원
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연강예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가운데)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미나 김시연 씨, 박 회장, 구동희 김낙형 씨. 사진 제공 두산그룹
매헌(梅軒)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인 그는 1936년 ‘박승직 상점’ 경영에 참여했고, 광복 뒤 운수업을 시작하면서 ‘두산상회’라는 상호를 처음으로 썼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 ‘두산’은 박두병의 가운데 글자인 말 ‘두(斗)’자에 뫼 ‘산(山)’자를 합한 것으로, “한 말 한 말 차근차근 쌓아 올려 산같이 커져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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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초대 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6·25전쟁 직후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는 “폐허가 된 공장을 복구하는 것이 내 필생의 사업”이라고 말했으며, 훗날 동아방송에 출연해서는 “다시 태어나도 내게 어울리는 것은 장사꾼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1978년부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이라는 박 초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연강재단을 설립해 각종 장학, 학술, 문화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6일 기념행사에서 고인의 모습을 새긴 부조상 개막식과 영상물 상영회 등을 열 예정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