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3번째 모험 시작했다19세때 영국인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 북극~남극 4만2000㎞ 396일만에 종단
영국인 20대 모험가 제임스 후퍼 씨가 30일 서울 경희대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후퍼 씨는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입학을 마다하고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후퍼 씨는 2006년 열아홉 살에 영국인 최연소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이듬해에는 스키와 개썰매, 요트, 자전거 등을 이용해 북극에서 남극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그린란드에서 시작해 미국과 멕시코, 남미 10여 개국을 거쳐 남극에 도착한 것. 4만2000km의 대장정을 마쳤을 때 나이는 스물한 살에 불과했다.
그는 둘도 없는 11년 지기이자 형제와도 같던 롭 곤틀릿 씨와 모험을 함께했다. 후퍼 씨는 지난해 1월 곤틀릿 씨가 프랑스령 알프스에서 등반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더는 친구와 새로운 모험을 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지난해 9월 영국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에 들어갔지만 발전과 도전이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2007년 제임스 후퍼 씨가 북극에서 썰매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스키와 개썰매, 요트, 자전거 등을 이용해 북극에서 남극까지 가는 4만2000km의 여정에 도전해 성공했다. 사진 제공 제임스 후퍼 씨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대학에도 입학을 타진하는 e메일을 보냈다. 영국 왕립 지리학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인을 통해 한국지리학회 쪽에도 연락을 했다. 그러던 중 공우석 경희대 이과대학장이 답장을 보내면서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경희대는 1일부터 지리학과 신입생이 된 그를 위해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고 기숙사와 생활비도 지원하고 있다.
후퍼 씨는 “모두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주저하면 절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4년이 내게는 또 다른 모험인 셈”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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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30일 동아뉴스스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