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병합 불법성 규명 큰 역할
이태진 교수
작년 초 서울대를 정년퇴임한 이 교수는 30여 년간 170편의 논문을 펴낸 역사학자로서 을사늑약과 한일강제병합조약 등 강제병합 과정에서 맺어진 주요 조약의 불법성 문제에 천착해 온 이 분야의 권위자다. ‘1904년 한일의정서부터 1910년 한일병합조약 등 5가지 주요 조약 모두가 위임이나 비준 절차 등을 빠뜨린 불법조약’이라는 그의 연구 결과는 올해 ‘5·10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주요한 근거가 됐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 전반기 유교사를 전공하다가 ‘조선왕조사를 완결하기 위해서는 대한제국기까지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구생활 후반기를 근대사 연구에 전념해 왔다. 대한제국사 분야 연구를 개척해 고종의 근대화 노력을 새롭게 조명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병합의 불법성 연구’(2003년), ‘동경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2005년), ‘고종시대의 재조명’(2000년) 등 저서를 통해 역사적인 연구 결과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는 평소 유교가 조선을 망하게 했다는 ‘유교망국론’은 식민사관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조선이 자력으로 근대화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제가 만들어낸 역사관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국사편찬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24일 “지금까지 국사편찬위원회가 해온 대로 역사를 통한 국가정체성 확립에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국민이 역사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역사교육문제와 한국사인증시험 개선 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