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남수의 부자 부동산]건물 매입전 따져봐야 할 4가지

입력 | 2010-09-20 03:00:00


은퇴한 K 씨(65)는 나이가 들면서 금융상품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수단으로 상가 매입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7년 초부터 중개법인에서 매물을 소개받았지만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시내 대학가 물건을 소개받았다. 대로변 상업지역에 위치한 지상 5층짜리 건물은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 1층엔 햄버거 가게, 지하층과 2층은 공실, 3∼5층은 일반 사무실이었다.

건물을 처음 매입하는 것이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전문가가 제시한 체크사항은 이랬다.

첫째, 매입금액의 적정성. 보통 준공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관리가 안 된 건물은 건축비를 인정하지 않고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한다. 대지면적은 198m², 3.3m²당 가격은 3900만 원 수준. 용도지역이 상업지역이고 위치, 상권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분석됐다.

둘째, 임대업종 변경 가능성. 대부분의 투자자는 건물 매입 후 임대업종을 바꾸려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건물은 투자수익률이 너무 낮아 임차인이 바뀌지 않으면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물건이었다. 통상 1층은 건물 전체 수익률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기존 1층의 임대업종과 임대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크게 달라지며 이에 따라 건물가치도 좌우된다.

셋째, 임대차 현황 파악. 아무리 입지가 좋고 매입가격이 경쟁력 있어도 임대업종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해당돼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 있으면 투자자에게는 좋은 상품이 아닐 수도 있다. 서울에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환산보증금 3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보호받는다. 임차 후 건물주가 바뀌어도 새로운 소유주에 대해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건물 매입 후 임차인을 바꿔 수익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과 월세, 계약기간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합한 금액. 예를 들어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00만 원일 경우 환산보증금은 2억5000만 원이다. 1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임차기간이 5년이 경과돼 명도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넷째, 명도비용. 기존 임차인에게 받는 임대료와 신규 입점 예정인 업체의 임대료를 비교하고 건물가치 증가 부분을 고려해 산정할 필요가 있다. 명도협의는 건물주가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제3자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상담을 받은 뒤 1, 2층을 임대하기 위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입점 의향을 타진했다. 대학가에 있고 상권이 좋기 때문에 업체는 입점의향서를 제출했고 매매계약과 함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차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계약 후 6개월 이내 1, 2층을 명도하고 기간 안에 명도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 또 계약기간은 5년으로 하고 3년차 시점부터 임대료를 5% 인상하기로 했다. 장기 임대차계약이라면 임대료 인상조건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일반 사무실로 사용하는 3∼5층 각 층의 임대조건은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50만 원이었다. 대학가 인근이고 주변에 대학병원이 있어 소형 주거시설의 수요가 풍부한 지역으로 분석됐다. 3개층을 고시원으로 개조하면 총 32실을 만들 수 있었다. 고시원은 약 6.6m² 크기의 풀옵션이 갖춰진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50만 원 수준. 월평균 수익은 900만 원 정도로 기존보다 2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미리 꼼꼼히 따진 덕분에 건물 매입 후 투자수익률과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해 K 씨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hinams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