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해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해외 평가기관에서 평가한 각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매년 뚜렷한 이유 없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5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58개국 가운데 전년보다 4계단 상승하여 역대 최고인 23위를 차지한 반면 WEF의 이번 평가에서는 국가경쟁력지수가 3년 연속 하락해 2007년의 11위에서 올해는 22위로 떨어졌다. 두 기관은 같은 시기에 한국을 평가했는데 평가 결과는 상반됐다. IMD가 통계를 많이 사용하고 WEF는 설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들의 국가경쟁력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현상은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조사 방법에도 문제가 많다. WEF 설문은 KAIST 경영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런데 설문 회수율이 4.1%에 불과하다. 응답자 130여 명은 한 국가를 대표하기에는 너무 적다. WEF의 노사협력 평가는 한국 기업주를 상대로 하여 노사 간 협력하는 정도가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하나의 문항 결과로 판정한다. 노사 관계의 당사자가 노사정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생각할 때 사용자의 주관적 노사관계 만족도를 국가 노사관계 경쟁력 지표로 매년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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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사관계를 평가하기 위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대회에 참석한 외국의 학자들이 IMD나 WEF가 어떤 단체인지를 물어왔을 때 느낀 황당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이들 기관의 평가 결과를 매년 올림픽 메달 순위처럼 언론에서 부문별로 대서특필하고 정부 당국자가 상승과 하락 원인을 설명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해외 기관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는 아직은 신뢰성이 낮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매년의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가 부족하다고 지적된 점을 다시 한번 되살펴 보는 계기로 삼으면 충분할 것이다.
노사관계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은 국가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릇된 여론을 형성하게 하여 잘못된 정책방향을 유도할 수 있다. 차제에 국가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기준을 새롭게 만들고, 주관적 또는 객관적 지표를 종합한 과학적인 평가에 기반하여 노사관계의 핵심 과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