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에 창업… 스크린골프 ‘열풍’ 일으켜
김영찬 골프존 사장은 “54세 때 ‘소일거리’로 창업한 회사가 지금처럼 커질 줄 몰랐고, 크게 할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스크린골프장에 납품하면서 스크린골프장 사장들이 ‘전 재산을 투자한 일생의 사업’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며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고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창업후 2년까지 매출 제로
김 사장은 벤처 거품이 가라앉기 시작하던 2000년 5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고 골프존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54세 때였다. 직원은 김 사장과 유학을 준비하던 그의 아들까지 포함해 5명. 홍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GM코리아와 삼성전자에서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김 사장이 골프존을 창업할 당시에는 회사가 지금처럼 커질 줄 몰랐다. 6년 정도 운영하던 음성사서함 회사를 접은 김 사장은 두 번째 창업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골프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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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설립 후 2년 동안은 매출이 없었다. 우수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1년 6개월 정도 걸렸지만 정작 판로가 없었다. 이 기간에 김 사장은 개인 재산 5억 원을 털어넣었지만 초조해하지는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시행착오 기간 등을 감안해 2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수익이 나지 않아도 담담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 생각지도 못했던 수익모델로 ‘대박’
그는 2002년 5월 대명리조트에 3대를 처음 납품한 후 실내 골프연습장의 연습용으로만 생각했지 ‘게임용’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은 못 했다. 그런데 2004년 겨울 무렵부터 대구, 울산, 경기 안산 등에 자신들의 시스템을 이용한 스크린골프장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회사가 급성장했다. 2004년 30억 원이었던 매출이 3년 만에 314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1330억 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실내 골프게임이라는 수익모델이 생겨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다른 회사가 있었지만 골프존이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 골프장의 특성에 맞춰 움직이는 스윙 플레이트를 먼저 도입했다. 프로그램도 수시로 업그레이드했다. 초창기에는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 수를 정하면 변경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게임 도중 한 명이 먼저 자리를 떠나거나 뒤늦게 동반자가 합류할 경우 플레이어 수를 변경할 수 없어 이용객들과 업주들의 불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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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네트워크가 강점”
스크린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20여 개 회사가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스크린골프장 증가속도가 느려지고 있지만 김 사장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전국에 골프존 시스템이 1만5000개가 깔려 있다”며 “후발 회사는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삼성이나 LG가 스크린골프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두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골프존은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 사장은 “골프장에 설치하는 광고판은 그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전국 스크린골프장에서 동시에 광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의 스크린골프장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김 사장의 새로운 목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