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전 대사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신력이 입증되지 않았고 공개도 되지 않은 러시아의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천안함 침몰은 어뢰가 아닌 기뢰 탓일 가능성이 높다”며 바닷속 어망에 걸렸을 개연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한국 정부가 주도한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 내용인 천안함은 어뢰를 맞아 침몰했고 북한이 이 사건에 연루된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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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전 대사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사실 확인 및 논의의 전 과정을 소개하지 않은 채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의 북한 비난에 반대했다는 점만을 부각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한 안보리 의장성명은 천안함 사건을 지칭해 ‘3월 26일의 공격’이라고 했지 ‘사고(incident)’라고 하지 않았다. 안보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만약 침몰사태가 천안함 승조원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하지 않았을 요구임이 명백하다.
물론 안보리 의장성명이 북한 측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했지만 여전히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던 점도 간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잘한 결정이다. 또 이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자신의 조사 결과를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 군사 및 잠수함 분야 전문가들이 최종보고서가 믿을 만하다는 평가를 내리면 그레그 전 대사처럼 천안함 폭침사건 조사에 대한 공신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그레그 전 대사의 주장은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과 미국이 취하고 있는 대북(對北) 정책의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는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중단하고 북한에 ‘정치적 양보’를 압박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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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닉시 美전략국제문제硏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