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혹은 몬스터’ 펴낸 신중선 씨
신중선 씨(사진)의 작품은 그렇게 ‘독할 수밖에 없는 소설가’가 쓴 것이다. 소설집 ‘환영 혹은 몬스터’(문이당)에서 그는 그 독기를 보여준다. 책 한 권에 묶인 단편 10편은 “상황의 본질을 사정없이 파고들어 생의 은밀한 구석을 남김없이 쑤시고 파헤치는”(소설가 서영은 씨의 발문) 작품들이다.
표제작 ‘환영 혹은 몬스터’에서 주인공 정훈은 친구 회사에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벼랑 끝에 몰린다. 정훈은 포장마차에서 만난 사내에게서 자신을 죽여주면 전 재산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고뇌하던 정훈이 제안을 수락해 사내를 목 졸라 죽일 때는 이미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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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구중서 씨는 이런 신 씨의 소설을 두고 “과연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어떠한 존재이냐 하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인간이 외관으로만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이면을 갖고 있음을 작가가 보여준다는 의미다. 그렇게 ‘착하게만 살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작가는 새 소설집에서 담담하게 드러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