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축구부가 9일 열린 U(대학)리그에서 올 춘계대학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 선문대를 1-0으로 꺾었다.
2004년 10월 추계연맹전에서 진주국제대를 4-2로 이긴 뒤 약 6년 만의 승리다. 올 시즌 2무 17패 후의 첫 승. 서울대의 승리는 스포츠 현장에서 어쩌다 일어난 깜짝 반란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 축구부의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엘리트 축구팀에 주는 교훈이 많다.
서울대 축구 선수 23명은 모두 시험을 보고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과거 축구를 했던 선수도 있지만 대학에 들어와 시작한 경우가 더 많다. 수업을 모두 듣고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주 2회 하루 1시간 30분씩 훈련한다. 수업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대여섯 명은 먼저 훈련을 시작한다. 모두가 모일 때면 훈련 끝 무렵인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대 출신 강신우 MBC 해설위원은 2년 5개월째 무급으로 자원봉사 사령탑을 맡고 있다. 축구팀이라기보다는 동호회란 말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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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이번 승리에 대해 “U리그가 가져다준 결실”이라고 했다. 훈련할 시간은 없지만 매주 리그를 하다 보니 실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토너먼트 대회 땐 예선 세 경기만 하면 끝이지만 연중 리그를 하다 보니 자주 경기를 해 감각을 키울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몸 관리도 해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4월 26일 강호 연세대와 1-1로 비기기도 했다.
서울대 축구부장을 맡고 있는 정철수 체육학과 교수는 “이번 승리는 공부하다 늦게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역으로 엘리트 운동선수도 공부하며 운동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축구부의 이번 승리가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한국 스포츠계에 주는 의미가 크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