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에 등돌린 직원들, 차관 악수조차 외면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 보고를 하기에 앞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전직 외교부 장관 3명 국감 증인 채택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0일 외교부 특채 파문의 당사자인 유 전 장관 외에 유종하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종하 홍순영 전 장관은 아들의 외무고시 합격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유종하 전 장관에 대해서는 아들을 외교관으로 만들기 위해 ‘외무고시 2부 시험’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외교부가 1997∼2003년 실시한 외무고시 2부 시험은 외국에서 정규교육 과정을 6년간 이수한 사람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해 외교관과 상사주재원 자녀를 위한 시험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유종하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관계가 완전히 잘못됐다. 2부 시험은 1996년 7월 만들어졌고 내가 장관이 된 것은 그해 11월이다. 또 나는 1998년 3월 장관을 그만뒀는데 내 아들은 그해 4월 시험을 봐서 6월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차관 시절에 아들이 취약한 외시 과목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꿔 아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전 장관은 “차관이 무슨 시험과목을 마음대로 고친다는 말이냐. 그런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내 평생 이런 모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통위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던 2006년 특채된 홍모 씨의 아버지인 홍장희 전 주스페인 대사가 반 총장의 충주고 선배라는 이유에서였다. 홍 전 대사는 “딸이 외교부에 들어간다고 나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 특혜를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 거물급 인사 특채 의혹 찾기 경쟁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거물급 인사의 특채 의혹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의 딸 특채 문제가 대형 스캔들로 번지면서 이와 관련해 주목을 끌 성과를 거두는 게 국감 평가와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선영 의원은 “미주지역의 전직 총영사와 아프리카 한 국가의 전직 대사가 현직에 있을 때 자녀들이 특혜를 받고 외교부에 특채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오고 있어 확인하느라 아주 바쁘다”고 말했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보좌진은 외교부 특채 명단을 확인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보좌관은 “거물급 인사의 자녀가 특혜를 받고 특채됐는지 확인하려면 특채 합격자의 실명과 가족관계를 파악해야 하는데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유 전 장관이 물러난 뒤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신 차관이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신 차관의 러시아 수행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창수 유럽국장이 이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를 놓고 외교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이뤄지는 자리에 이번 특채 파동의 인사라인에 있던 신 차관이 동행하는 것을 청와대가 부담스럽게 여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신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으로서 어수선한 외교부 분위기를 다잡도록 오히려 청와대에서 배려한 것”이라며 “유엔총회에는 신 차관이 대표로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9일 신 차관의 인사권을 박탈한 것은 심상찮아 보인다.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외교부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확인시켜 준 조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 차관이 장관대행으로 현재의 위기 국면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기류로 인해 유엔총회를 계기로 모색하던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간 장관협의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동영상=신각수,`나는 몸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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