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종 정자샘플 1만4000개 보관 중세계 희귀동물 800종, 40만m²서 보호 번식 힘든 판다 키워 중국 보내주기도
멸종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의 드릴개코원숭이.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이 최근 복제에 나섰다.사진 제공 샌디에이고동물원
■ 세계 최대 美샌디에이고동물원
○ 샌디에이고동물원 태생 판다는 5마리
동물원에는 때마침 경사가 있었다. 샌디에이고동물원 보존연구소 메건 오언 연구원은 “샌디에이고동물원에서 태어난 다섯 살짜리 자이언트판다 ‘수린’과 세 살배기 ‘젠젠’이 튼튼하게 잘 자라 곧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샌디에이고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고 말했다.
판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중에서도 식성이 까다롭고 번식력이 매우 낮아 A급으로 분류된다. 신선하고 여린 대나무 잎이나 어린 죽순만 먹고 짝짓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현재 남아 있는 판다는 약 1600마리. 서식지도 중국뿐이다.
샌디에이고동물원은 1996년 중국에서 암컷 자이언트판다 ‘바이윈’과 수컷 ‘쉬쉬’를 들여온 뒤 번식에 공을 들였다. 1999년 드디어 암컷 새끼 ‘후아 메이’가 처음으로 태어났다. 지난달 5일 돌이 된 ‘윤지’까지 샌디에이고동물원 태생 판다는 모두 5마리다. 오언 연구원은 “후아 메이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며 “발정기에 자연스럽게 짝짓기 하는 게 좋지만 횟수가 1년에 한두 번밖에 안돼 번식을 위해서는 인공수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수정을 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바이윈도 1998년과 2001년, 2002년 세 차례나 인공수정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 영하 196도 액체질소에 정자 얼려
정자나 난자를 채취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지난해 아프리카에만 서식하는 기린과의 희귀 동물 오카피 암컷이 동물원에서 죽었을 때 디엔 연구원은 난자를 얻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실험실에 오카피의 난소 조직을 가져와 얇게 자른 뒤 난자를 3개 확보했다”면서 “오카피 난자는 처음 채취한 탓에 한 단계 한 단계가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동물원은 최근 샌디에이고 소재 스크립스 연구소 진 로링 교수팀과 함께 원숭이 복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로링 교수팀은 냉동 동물원에 보관된 드릴개코원숭이의 피부세포를 받아 최근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로링 교수는 “드릴개코원숭이는 아프리카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가장 위태로운 종으로 곧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며 “냉동 동물원이 죽은 드릴개코원숭이의 피부세포를 얼려 놓은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링 교수의 목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복제하는 것. 그는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분화가 가능한 만큼 이 세포를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드릴개코원숭이보다 더한 위험에 처한 흰코뿔소로 이미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동영상=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출산 모습